자전거대회

제18회 상주시장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 다운힐 DH 출전기_20161008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0. 11. 16:26

 

 

18회 상주시장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

다운힐 출전기_20161008

 

 

대회 참가 일주일 전,

다운힐 싸부님께서 친히 톡을 하셨다.

 

<이번 주 상주 대회 나가볼래? ... 코스도 짧고 길도 좋아. 길이 아주 비단길이여~>

 

다운힐에 매료된지 어언 1.

풀샥을 산지는 어언 6개월.

물병 속에서 마른 꽃이 서서히 피어나 듯

내 몸 속 다운힐 세포가 살아 돋아나는 느낌이었다.

 

세포가 돋아나면 뭐하나

풀샥 사고도 한 번도 탄 적이 없고,

다운힐은 연초에 싸부네 팀 시륜제 할 때 가서

끼어 탄 거 빼고는 9개월 동안 산악자전거는 타본 적이 없는데...

 

주간 날씨를 보니 금요일에 비가 온단다

그럼 미끄러울 거 아냐;;;

그래도 비단길이라니 떨리는 마음으로

며칠 후 코스 동영상을 몇 번 보고

결국 참가 접수를 하고야 말았다.


_동서울 터미널에서 자전거 시외버스에 싣고 상주로! 위/아래(출발/도착)

흠집날까봐 나름 신경써서 차 바닥에 닿는 부분에 종이를 댔지만

도착 후에 보니 부질없더군요_


자전거도 타보고, 코스를 읽어봐야 할 것 같아서

대회 전날 경기장을 찾았다.

_첫 눈에 들어온건 피니쉬!_ 


마침 연습 온 분들이 계셔서

트럭에 끼여 타고 올라가 코스를 두 번 읽었다.

 

첫 번째는

오랜만에 타는 내게 코스를 알려주려

싸부가 먼저 갔고,

두 번째는

이제 코스를 읽으면서 가보라는 의미로

내가 앞장섰다.

 

처음은 정말 자세 잡는 거

시선처리하는 법,

라인 타는 법 등

작년에 배웠던 걸 다시 새로 익히는 기분이었고

사실 두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싸부가 앞서서 가는데도

조금 가파르다 싶으면 겁이 나서 내려가지 못하고

주춤하다 돌아가고 그러다가 어느새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침부터 제대로 된 끼니를 못 먹었으니

탄수화물 부족이구나 싶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안고

스스로 숨을 고르면서 괜찮아를 몇 번 외쳤다.

그리고 나서 나온 모굴구간.

 

내가 좋아하는 코스라서 기대 반,

그렇지만 오랜만이라 걱정 반

팔꿈치가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하며

숭덩 숭덩 내려갔다.

 

그리고 나오는 코스는 모굴 같이 생겼지만

넘자마자 코너링을 해야 하는 좀 난감한 코스였다.

다음날은 진흙탕으로 변해버린 그 코스.

 

코스를 이탈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넘어가서 코너링을 몇 번 하자

드디어 피니쉬가 나왔다.

 

꽤 가파른 경사다.

 

싸부가 내려가는 걸 보고도 겁이 나서 일단 멈췄다.

옆에 계시던 분이

못 내려가겠으면 이쪽 계단으로 넘어와서 가라고 했는데

난 이미 내려가 보겠다고 마음 먹은 상태여서

풀숲에서 숨을 고르고 페달을 밟았다.

 

오른쪽으로 가면 중간에 가파르게 파인 부분이 있어서 피하고

왼쪽 고른 길로 스스륵 내려왔다

못 내려갈 것 같은 코스를 내려가는 그 스릴^^

, 성공했다!!!

 

다운힐은 늘 그렇다.

코스를 타면서도 할 수 있을까 조마조마하다.

 

그 속도를 이겨내고, 그 각도를 내지르며

덜컹거림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자전거와 혼연일체가 되어

마침내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조마조마 했던 만큼이

더 큰 성취감으로 바뀐다.

 

코스 중 가장 길고 가파른 피니쉬를 한 번 내려가고 나니

두 번째 바퀴에는

중간에 멈췄던 길에 자신감이 붙었다.

 

슬슬 미끄러지면 내려가면서도

아직 코스가 안 익어서 라인 선택을 잘못한 곳도 많았다.

 

그렇게 두 번째 바퀴를 도는 동안

어오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바퀴를 내려오자 빗방울이 굵어져 얼른 자리를 떠야 했다.

 

내일이 대회인데

두 번 밖에 못 탔다ㅠㅜ

 


그리고 대회 당일

어제와는 달리

피니쉬 라인에 풍선도 생기고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대회는 대회구나 싶어서 우비를 입고 기다렸다.


오전에 코스를 읽도록 몇 번 탈 기회를 주는데

밤새 비가 와서 노면 상태를 체크해야 해서 필수로 타야하는 코스였다.


 

_자전거를 차곡차곡 잘 쌓아야 상처나는 걸 피할 수 있고 많이 쌓을 수 있다_


트럭이 몇 번 왔다갔다가 하고

나도 자전거를 싣고 올라갔는데

와우! 노면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미끄러웠다.

차에서 내려서도 출발지점까지는 한참을 끌고 올라가야 했는데

자전거를 밀어올리려 지탱하는 발이 계속 미끄러져 올라가는 데만도 애를 먹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출발까지 가기는 싫어서

싸부가 일정 지점에서 멈추어 먼저 타고 내려갔다.


 

_연습 때 출발지점. 일부러 속도를 주기 위해서 출발대에서 각도를 만들었나보다_


오오 진짜 미끄러워서 떠들 기운이 없었다.

특히나 상주 코스는 출발지점 조금 지나서부터 중간 찻길로 끊어질 때까지가

엄청 미끄러운 고난이도 였다.

나무 계단도 그 중간에 있고

영 까다로운 코스가 많았다.


잘하면 튕겨져 나가겠는 코스도 있었고

진짜 이렇게 미끄러지면 작살 나겠다 싶었는데

막상 한 번 엎어졌는데

하나도 안 아팠다.

옆으로 슬라이딩 하듯이 미끄러진 데다가 진흙이어서

생각보다 폭신한 느낌이었다.

, 이 정도면 괜찮은데...(나중에 착각인 걸 알았지만..ㅋ)

그리고 피니쉬.

질퍽이는 피니쉬를 보니

영 겁이 났지만

천천히 간다는 생각으로 어제 탔던 라인으로 접근

어제보다 마찰력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걸 느끼면서 다행히 끝지점에 안착했다.

어제 피니쉬 첫 시도 때보다 스릴이 다섯 배!!ㅋ

 

_한 번 탔는데 요 정도_


길이 너무 미끄러워서 어제 읽었던 코스였나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한 번을 타고

싸부가 코스 위쪽이 훨씬 미끄럽다는 얘길 했지만

무슨 말인지를 두 번째 다시 타고서야 알았다.

 

아참, 어제 연습할 때 다리가 후들 거렸던 게

탄수화물이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오늘 밥을 든든하게 먹고 타보니

무서워서 그런 거였다.ㅋㅋㅋㅋ

 

어제 탔던 길이라 그대로만 탔으면 무섭지 않았을텐데

미끄러운 길을 다시 타니까

두 번 정도 내리막 코너를 타고 나서부터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참 겁이 많다...^^


 


그렇게 첫 바퀴가 끝나고

두 번재 바퀴를 탈 때는

미끄러울 때에는 브레이크를 잡을 게 아니라

자전거가 굴러가야 덜 무섭다는 걸 깨달아서

첫 번째 보다는 다소 과감하게 달렸다.

 

계속 싸부를 잡고 있기가 미안해서

싸부는 싸부 속도대로 타라고 하고

나는 내 속도대로 피니쉬까지 안착했다.

진흙 웅덩이 코너링에서 한 번 엎어지긴 했지만

그 정도야^^

 

점심을 먹고 시드레이스.

생명의 위협을 많이 느꼈다.

오전에 두 번 타봤지만

그새 비가 그쳤고 여전히 길은 질퍽하고

밥 먹는 사이에 또 감을 잃었다.


_같이 대회를 뛰었던 여자부_


시드부터는 함께 나가는 여성부끼리만 따로 타고 올라갔는데

그 때 이야기 꽃을 많이 피웠다.

나처럼 다운힐 대회 처음 출전하는 분이

한 분 계셨고,

나머지 세 분은

XC를 타다가 올마를 타다가 다운힐로 넘어온 분들이었다.

 

다들 소수가 즐기는 것에 매료된 사람들이라

이야기가 많았다.

역시 고수들은 조용한 법.

다들 서로 못 탄다고 발뺌하셨지만

세 분 내공이 장난이 아니었다.

 

시드 레이스에서 두 번째로 나갔지만

1분 뒤에 출발한 분이 내가 피니쉬 지점 도착하고 5초 뒤에 오셨으니

벌써 기록차이가 55.


 

_피니쉬 직전 코너 하나를 남겨두고_


이미 오전에 두 번 다 성공했던 피니쉬.

경사가 가장 급하고 길기도 길었다.

두 번 다 성공했지만 불안한 감은 여전했다.

길이 미끄러워 속도도 많이 줄였고

보통 많이 타는 라인을 지나

풀 위로 올라간 후 왼쪽으로 꺽어 피니쉬 첫 라인을 탔는데

 

아뿔싸!

늘 타던 왼쪽 길이 아니라

너무 오른쪽으로 붙어버렸다.

오른쪽은 중간에 좀 심한 경사로 움푹 파인 곳 두 군데나 있어서

그 쪽을 피해서 늘 왼쪽으로 다닌 거였는데

첫 번째 실수였다.

 

라인을 잘못 탔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이미 나는 우려하던 움푹 파인 곳 1번을 지나고 있었다.

(다운힐이 빠르긴 빠르다)

그리고는 왼쪽으로 꺾는다고 바퀴를 틀어 갔는데

이게 두 번째 실수

속도가 빠르고 미끄러우니 살짝만 틀어도

속도와 각도를 못이겨 이미 자전거는 미끄러지고

제어할 방법이 없었다.

 시원하게 미끄러졌다.

 

그냥 차라리 오른쪽에서 라인에서

자세를 낮추고 중심을 뒤로 둬서

안정적으로 내려왔음 됐을텐데

왼쪽 라인으로 갈아타려 했던게 참사를 불렀다.

 

한 번 제대로 구르고 심판이 올라왔다.

떨어지는 순간,

내 시야로 바닥이 점점 가까워졌던 게 생각이 난다.

하지만 넘어진 자세나 각도는 기억 안 난다.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다.

 

_넘어지기 직전_


그리고 나는 피니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전거를 다시 들고 일어나 내려가려는데

앞핸들이 완전이 돌아가 있었다.

 

정신이 없으니 어느 방향인지 알 수 없어 우왕좌왕

저 멀리서 반대로! 반대로!’가 들린다.

반대로 반대로 돌려서 피니쉬는 타고 들어왔다.

 

제길.... 5분대 도착.

4등했다.

 

보통은 시드레이스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사람이 먼저

타게 되어 있다.

 

여자부는 기록차이가 많이 나서

시드레이스 1등부터 출발하기로 해서

나는 네 번째로 결선을 뛰었다.

 

내가 매번 라인을 잘못타던

나무 계단도 총 6번 타는 중에 가장 라인을 잘 탔고,

이 정도면 순조로웠다 싶었다.

물론 맨 위 질퍽한 웅덩이에서 한 번 엎어졌지만.

 

계속 잘 가다가

피니쉬,

이게 또 문제였다.

  

결선이라 그런지 피니쉬 진입로에 구경꾼이 많았다.

다들 내가 들어서니 환호해줬다.

환호 속에서 소리를 한 번 !’ 지르고

피니쉬에 진입해

중간까지 잘 내려가다

경사가 줄어드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살짝 틀어야 하는데

나는 그대로 직진!

다 내려와서 풀숲에 꽂혀 버렸다.

아 핸들이 또 돌아가고

수습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들어오니

사람들이 환호하며 격려해줬다.


_진입은 좋았으나_

_풀숲에서 일어나 핸들을 풀고 있는 모습_

 

마음을 비웠다.

사람들이 내가 내려오는 걸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자전거 씻으려고

서 있으니 한 마디씩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괜찮아요?”ㅋㅋㅋ


 


~ 그렇게 시합은 끝났고

나는 여전히 5분대를 기록하며 최종 4등을 했다.

 

다치지 않고 경기를 끝내자는 게

목표였지만 솔직히 아쉬움은 남는다.

등수에 대한 아쉬움보다 준비를 안 했던 아쉬움이 더 크고.

 

이번 대회에서는

패기만으로는

시간과 노력으로 다져진 경력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나는 이제 시작이니

하나 하나 배우는 마음으로

터득해나가자는 다짐을 하게 된 대회였다.

 

서울로 올라올 땐

안양 팀100 차를 태워주셔서 안양까지 편하게 올라왔다.

안양부터 집까지는 지하철.


산악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왜 차를 사는지 알겠다.

다운힐을 타고 동서울터미널을 갈 때부터

못할 짓이다 싶었으니까^^

 

피로와 감상에 젖었던 상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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