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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자전거 이야기_06_늦가을 휘슬러 로스트레이크(Lost Lake)에서 XC 타기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9. 28. 16:33


 

덜 추웠음 천국_캐나다 자전거 이야기_06

 

늦가을 휘슬러 로스트레이크(Lost Lake)에서 XC 타기

 

로스트 레이크 주변에 난 크로스컨트리 트레일을 타봤습니다.

일단 공짜라는 게 아주^^

공짜라고 우습게 보지 마세요.

 

그냥 있는 지형만 이용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산악자전거 타는 외국 동영상 보면 나오는

나무 데크로 만든 트레일과 장애물도 있습니다.

쓰러진 나무를 장애물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추운 나라이다 보니 침엽수가 많아서 나무가 단단하고 길쭉길쭉하지요.

덤으로 공기가 좋아요.


 


늦가을이다 보니 주변 경치도 엄청 좋았습니다.

활엽수가 많지 않아서

우리나라 여느 산처럼 단풍이 물든 장관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침엽수 사이사이로 샛노랗고 새빨간 빛이 돌아

더 귀한 가을 정취를 느꼈습니다.

 

캐나다는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알파인 스키가 주종을 이루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캐나다는 알파인 스키 뿐만 아니라,

눈이 쌓인 곳이면 들판이나 산이나 어디서 즐기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슬로프가 아닌 야산에서 타는 백컨트리 스키 등

다양한 형태로 스키를 즐깁니다.


 



그 중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트레일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 길에서 여름에 자전거를 타는거죠.


 

_지도 확인하고 있네요ㅋ_

 

바이크 파크에서 다운힐을 타러 커뮤팅을 한 것 빼고

순수하게 크로스컨트리를 탄 건 이틀 정도였어요.

 

다운힐 3일을 마치고 나니까

팔근육이 땅땅하게 뭉쳐서 손으로 하는 모든 일에 제약이 있었습니다.

젓가락질도 한 달 넘도록 제대로 못했죠.

 

그냥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데도 기어 변속할만큼

손가락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핸들에서 손을 떼고 손바닥으로 눌러서 기어를 변속했으니까요.

 

사실 그런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적당한 힘을 잡고

자전거를 조절할 만한 힘이 없었음에도

크로스컨트리를 포기할 수 없었죠.

왜냐면 휘슬러잖아요.ㅋㅋ

MTB 메카, 휘슬러!

 

이제 캐나다에 머무는 날이 며칠 안 남은 상태에서

휘슬러를 어떻게든 더 즐기고 싶었어요.

크로스컨트리 길은 어떻게 생겼는지도 궁금하고요.

 

결국 크로스 컨트리를 탔습니다^^

손바닥으로 변속하면서ㅎㅎㅎ

 

크로스컨트리 첫날은 하필 비가 왔어요.

... 탈까 말까 계속 고민하다가 며칠이나 있겠냐는 마음에

고어텍스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로스트레이크 트레일로 갔습니다.

 

_저렇게 쓰면 헬멧이 소용이 있나?ㅋ_


트레일 입구에 도착했을 땐 이미 홀딱 젖었습니다ㅠㅜ

고어텍스를 10년 가까이 입었더니 방수기능이;;;;;;;

방수 스프레이라도 뿌려야겠습니다.

 

바지는 이미 다 젖었고요.

안에 기모가 있긴 했는데 스판이 섞인 면바지였거든요.

그냥 출발부터 추웠습니다ㅋ

 

그리고 제가 가져갔던 자전거가

썩 좋은 자전거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묵던 숙소에서 빌려 타던 자전거인데

그 중 변속 기능이 가장 괜찮을 걸 고르고,

아무래도 산에 갈거라 V브레이크보다는 디스크 브레이크가 좋을 것 같아서

아침 일찍 자전거를 찜해놓았죠.


 


숙소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는 일종의 선착순이거든요

먼저 빌려가면 장땡인..ㅋ

그런데 이 자전거의 문제는

서스펜션이 너무 딱딱하다는 겁니다.

충격흡수를 잘 못해서 제 몸이 충격을 흡수하는 자전거였죠.

 

그래도 그게 최선이라 타고 나갔습니다.

아아, 타이어도 썩 좋지 않았어요.

사실 임도 정도는 괜찮은데 싱글 코스 탈 자전거는 아니었습니다.


 


썩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싱글로 갔죠ㅋㅋㅋ

임도만 타면 재미없잖아요.


 


지도를 입구에서 보긴 했는데

가다보니 헛갈리더군요.

그냥 방향 대충 보고 페달 가는대로 탔습니다.


 

_트레일 이름이 역설적이네요ㅋ_


XC도 다운힐과 마찬가지로 등급을 나눠요.

초록색이 제일 쉽고

파란색이 중간 난이도

검은색이 가장 어려운 코스.

 

저는 주로 파란색을 탔습니다.

트레일 자체가 어렵지는 않은데

비가 오니까 꽤 미끄럽더라고요.

접지력이 좋은 타이어가 아니라서 더 미끄럽기도 했습니다(연장탓??ㅋ)

바위는 괜찮은데 나무 뿌리가 나오거나 나무 데크가 나오면

계속 불안불안 했습니다.

 


게다가 옷이 다 젖어서 거의 저체온증 직전이라

트레일이 재밌다기 보니

얼른 코스를 다 타고 내려가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죠.

 


임도로 시작해

좁은 길, 바위, 데크, 오솔길, 나무 기둥 등

다양한 지형을 타다가 내려왔습니다.

팔에 힘은 안 들어가지, 춥지, 미끄럽지

참 조마조마한 라이딩이었습니다.


 

 

다음 날.

같은 숙소에서 만난 워홀러 한 분과 같이 자전거를 타기로 했습니다.

제가 다운힐 탈 때부터 관심을 보이길래

며칠 동안 추천을 거듭했어요. 꼬신거죠

하루 일과를 마치면 숙소에 계신 분들이랑 저녁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곤 했거든요.

그날 자전거를 어떻게 탔다.

어떤 곳이 좋더라 이러면서 자꾸 자전거에 관심을 갖도록..ㅎㅎ

또 워낙 붙임성 좋은 분이라 같이 타자고 해서 길을 나섰습니다.



 

자전거를 오랜만에 탄다기에

변속하는 법 등을 간단하게 알려주고 같이 로스트레이크트레일로 나갔죠.

 

다행히 비는 그쳤고, 날씨가 선선하니 좋았습니다.^^


 

같이 타니 좋은 게

덜 심심하고,

자전거 타는 모습을 찍어주기도 한다는 거죠.

게다가 아이포너라서 사진이 좋더라구요.

역시 카메라는 아이폰이야ㅋㅋㅋ

그 분이 자전거 타니까 좋다고 활짝 웃어서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자전거를 오랜만에 타는 분이라

같이 임도를 타고 호수 쪽으로만 돌았습니다.

임도 자체가 워낙 넓어서 4인 가족이 한꺼번에 타도 괜찮겠다 싶더라고요.

 

로스트레이크는 호수를 둘러싼 나무빛깔과

나무 꼭대기에 걸려 희끗희끗 보이는 안개와 어울려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조용하고 예쁘고 잔잔하고...


 


무엇보다 같이 즐거워 할 사람이 있어서

더욱 좋았던 라이딩이었습니다.

 

방금 연락해보니 한국에 들어왔다네요ㅎㅎ

다음에 만나거든 같이 자전거나 한 번 타야겠네요.

늦가을 정취를 맛보며...


늦가울 휘슬러에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란, 상상해 보시고 꼭 한 번 타러 가시길

 


로스트레이크 크로스컨트리 트레일 지도 올려둘게요^^



whistler-valley-singletrack_lost lake trails.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