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국내여행/전국여행

2016 광부광 600K 후기

nuegocci 2016. 9. 19. 15:13

아래의 글은 글쓴이의 허락을 받고 여기에 옮깁니다. 여행후기는 아니고 대회후기지만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지 결정하지 못해 우선 '국내여행'란에 올립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mcdkjh/220814836534

2016/09/10 광부광 600K 후기

2016.09.18. 19:14


지난 9/10 광부광 브레베를 다녀왔다.
올해의 마지막 600Km 브레베.
서울 600Km에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에 이번만은 꼭 성공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회사 일에 밀려,
집안 일에 밀려,
여름 동안 운동에 소홀하게 되니,
마음이 움츠러 들었다.
급기야 9/10 즈음에 회사에서 '납품 시험' 일정도 잡혀서
내심 '에라~ 모르겠다. 이 핑계로 포기해야 할까 보다'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던 차에 예전부터 광부광 같이 가자고 약속했었던,
숨은길님이 광부광 접수령을 넘으셨다는 소식을 전해주시고
도롱테님도 무사히 접수령을 넘으셨다고 하신다.
하핫... 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ㅜ.ㅜ

그래도 같이 갈 동료가 생기니,
움츠러 들었던 마음에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에이 몰라. 그냥 가지 뭐~'
'DNF는 하지 말자.'
'DNQ를 하더라도 무조건 완주하자.'

대회 일주일 전,
천루님의 동부5고개 풀라이딩 번개.
거리도 대략 200km 쯤 되고,
600km 대비 몸 풀기로 적당해 보였다.
코스도 좋고, 멤버도 좋고, 라이딩도 좋고.
다~~~ 좋았는데,
후반부에 갑자기 왼쪽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의심할 여지없이 '장경인대염' !!!
아~ 미치겄네. ㅜ.ㅜ
이게 빨리 낫는게 아닌데.. ㅜ.ㅜ
그후 일주일동안 치료에만 집중.

----------------------------------------------------
9/9 (금) 저녁.
도롱테님, 숨은길님, 나는 함께 광주로 내려갔다.

밤 10시경 숙소에 도착해서 짐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12시.
4:30 기상. 주섬 주섬 옷을 챙겨입고,
숙소옆 국밥집에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출발지인 운암 MTB로 향한다.

이 날은 광주-부산 브레베와 광주-부산-광주 브레베가 함께 출발하기 때문에
150명 이상의 인원이 한번에 출발한다.

분주하게 검차를 지나 브레베 카드를 받아들고 출발을 기다린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내 다리는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내 엉덩이는 얼마나 비명을 질러 댈까?
내 손목은 얼마나 저릿 저릿 할까?

새벽 06시.
출발이다. !!!
첫번째 CP인 장성까지는 운암 MTB에서 차량으로 에스코트 해준다.
멋지다.


MTB를 타시는 숨은길님은 페이스가 달라서 처음부터 따로 달리기로 했고,
도롱테님과 나는 가급적 같이 가기로 했다.

장성에서부터 두번째 CP인 남원까지는 약 70km 떨어져있다.
광주를 벗어나니 담양 메타세콰어길이 펼쳐지면서 눈을 즐겁게 해준다.
도롱테님이 앞에서 끌어주시는데, 페달링의 강인함이 느껴진다.
첫번째 언덕인 '비홍재'를 무사히 넘고
남원 CP에서 간단히 보급을 하고 곧장 출발.

이제 약 100km를 더 달려야 합천 CP가 나온다.
그런데 얼마안가서
왼쪽 무릎에 묵직한 통증이 시작된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시큰함이 동반된다.
이렇게 100km도 버티지 못하고 장경인대염은 재발되었다.
이 통증과 함께 40시간을 버텨야 하는가?
절망스럽다. ㅜ.ㅜ

도롱테님은 앞에서 쭈욱 끌어주실 태세인데,
내가 따라가지 못하고 속도를 좀 줄여달라고 부탁드린다.
죄송스럽다.
어짜피 랜도는 혼자 힘으로 가는건데,
내 마음이 약해져서인지
먼저 가시라고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느려진 페이스로
480m짜리 여원재를 꾸역 꾸역 넘는다.

여원재 내리막에서 뒤따르던 도롱테님 자전거에서 '텅' 소리가 났다.
잘못 들은건가? 하는 생각에 그냥 가던 길을 가다가
도롱테님이 금방 따라 붙지 않는 것이 이상해서 돌아가보았다.
역시나... '펑크'!!!
후다닥 튜브를 갈고 다시 출발~

얼마쯤 갔을까?
도로 상태도 좋은데도 불구하고
도롱테님이 또 다시 '펑크'!!!
느낌이 안좋다.
다시 튜브를 갈고 출발~

120km 지점, 오도재 갈림길에서
디에리님과 수soo님이 쉬고 계신다.
우리도 잠시 휴식 ^^

정차해서 보니
도롱테님의 뒷바퀴에 공기 들어간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타이어가 울룩불룩하다.
수soo님의 도움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다시 출발~

그러나 10km도 채 못가서...
다시 펑크!!!
아~ 이게 뭔 일인가?
도롱테님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
"이제 그만 타겠다'고 하신다.

마음이 너무 무겁지만,
그렇게 도롱테님을 보내드려야 했다. ㅜ.ㅜ

난 다시 달려야 한다.
통증은 젤연고를 바르면서 막고 있다.
약효는 한시간.
한시간마다 약을 발라야 한다.

내 앞에는 620m 짜리 고개, 황매산이 기다리고 있다.
7~8% 경사도. 거리 10km쯤.
근데 막상 부딪혀보니 버틸만 하다.
그렇게 순조롭게 합천 CP에 도착.
어느덧 180km 지점이다.
분위기를 보니 내가 후미조인듯 하다.
잠시 후 도착하신 디에리님, 수soo님과 함께 식사를 했다.

두분과는 라이딩이 처음인데,
수soo님은 딱 봐도 완전 잘타신다.
디에리님은 파워는 약하자만, 쉬지 않고 달리신다.
내가 앞으로 쭈욱 나가도 10분~20분 정도면 디에리님이 들어오신다.
귀신에 홀린듯한 페이스다.
신기하다.
디에리님은 그렇게 남은 120km를 꾸준히 쭈욱 달리시고는,
집에 가셨다고 한다. (부럽다 ㅜ.ㅜ)


암튼 합천에서 밥을 잘~~ 먹고
디에리님 일행과도 헤어져야 했다.
디에리님은 이 페이스로만 가면 300km 완주에 문제가 없지만,
난 아직 400km이상 남았기에 더 서둘어야 했다.
합천을 지나 200m짜리 업힐에서 디에리님과 헤어지고
내 페이스대로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날이 어두워지고 조금 선선해지니,
라이딩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4번째 CP인 창녕-함안보에서는 도장만 후딱 찍고 출발이다.
나는 부산 들어가기 전, 장유에서 밥을 먹을 생각이다.
무념무상 달린다.

장유면에 들어가기 전,
진례면을 지나는데 어떤 MTB 아저씨가 가볍게 인사하면서 나를 지나간다.
잠시후 횡단보도에서 그분과 마주쳤는데
이럴 수가 !!!
숨은길님이다 !!!
우와~ 270 km를 따로 달려서 여기서 만나다니.
너무 반갑다 ^^

하지만 장유에서
난 밥을 먹고,
숨은길님은 편의점 식사를 하신단다.
그렇게 부산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는 잠시 헤어짐.

부산으로 들어가는 자전거 길은
자전거 길이라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거칠고 엉망이다.
초행길로 가기엔 길도 복잡하다.
다행히 다른 란도너분들을 만나 의지하면서 들어갈 수 있었다.

하~ 이제 절반이네.
-------------------------------------------
알고보니 숨은길님은 장유 편의점에서 식사를 안하시고 그냥 왔다고 하신다.
앞으로 보급이 가능한 곳은 90km 뒤에 있는 칠원 CP 편의점이기 때문에
반드시 여기서 보급을 해야 한다.
얀 할배가 알려준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서 보급을 마치고
다시 짐을 챙기는데,
내 가민 속도계가 없다. !!!
엥? 어디간거지?
당황.. 당황... 황망...
혹시 몰라서 을숙도 CP로 돌아가서 확인해보니
다행히 거기에 내 가민이 있더라 .ㅜ.ㅜ
누군가 줏어서 얀 할배한테 준 것 같네.
고맙습니다. 흐흑..

그렇게 을숙도에서 약 1시간 가량 휴식을 취하고
남은 300km를 다시 출발한다.

원래 도롱테님과의 계획은 350 km 지점을 약 2시쯤 도착해서
잠을 잠깐이라도 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지금이 이미 1시다.
숨은길님은 잠을 안자고 간다고 한다.
나도 잠을 자면 안될 것 같았다.

그렇게 낙동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데
한번은 자전거 갈림길에서 해매고,
또 한번은 양산보 CP를 찾지 못해서 해맸다.
그리고 느낌상으론 25~27km/h로 달리는 것 같은데
속도계는 21km/h 밖에 안나온다.
이상하다.

게다가 강변이라 그런지
안개가 자욱하고, 고글에 김서림이 심하다.
졸음도 너무 심하게 몰려온다.
졸음이 몰려오니 속도는 더 떨어지고 김서림은 더 심해진다.
숨은길님이 앞으로 가시는데 내가 따라가질 못한다.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졸음 운전으로 난간에 부딪힐뻔 한게 여러번이고,
나중에는 실제로 볼라도에 부딪혀서 넘어질뻔하기도 했다.

그렇게 힘겹게 가다보니 어느덧 동이 트려고 한다.
우린 아직 360km 밖에 못왔다.
내 탓이 크다. ㅜ.ㅜ
그래도 해가 뜨고 10분쯤 앉아서 졸았더니 기운이 조금 난다.
힘을 내서 칠원 CP (390km)까지 도착하니 08:21
앞으로 200 km 남았는데 11시간30분 남은 상황.

숨은길님은 여기서부터는 각자 가자고 하신다.
"화니님이라도 완주하세요. 제 페이스로는 장담할수가 없네요."

잠깐의 고민을 하고 나서 우리는 헤어졌다.
미안한 마음을 꾹꾹 누르고 라이딩에만 집중했다.

이후 진주 CP, 구례 CP까지 크고 작은 낙타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약바르고 달리고, 약바르로 달리고,
무한 반복.

진주CP (443km) 에서 점심을 먹고
구례CP (530km) 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깜깜한 업힐을 여러개 넘었다.
깜깜하니까 업힐 경사가 얼만큼인지 느껴지지 않는다.
약에 취한 내 다리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우터로 자잘한 업힐을 다 넘어가고 있다.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어느덧 광주가 가까워짐을 느낀다.
580km 지점인 옥과면 길가에서 잠시 쉬는데
한무리의 란도너들이 달려오길래
서둘러 트레인에 탑승했다.

그 옛날 천안에서 경험했듯이 초행길 시내 길찾기가 쉽지 않음을 안다.
이럴땐 살짝 의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
그렇게 다른 란도너들에게 의지하면서 안전하게 운암MTB에 도착했다.

39시간 18분.
성공이다. ㅜ.ㅜ
많은 화면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지만,
그것도 잠시. 숨은길님이 걱정된다.

내가 도착한 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핸펀을 보니 숨은길님 한테서 연락이 아직 없다.
분명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DNQ라도 무조건 완주한다고 하셨다.
게다가 짐도 여기 있으니.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있는데 저쪽에서 낯익은 모습이 보인다.
숨은길님이다 !!!!
시간을 보니 아직 DNQ가 아닌 것 같다.
역시 딱 40시간에 완주를 하셨다.
흐어어엉 축하해요 ^^

"100km 이상을 ITT했어요."
"저도 제가 이렇게 잘 탈줄 몰랐어요."
"광주에 와서는 가민도 꺼지고 핸펀도 꺼지고 사람들한테 길물어가면서 왔어요."

평소 차분한 숨은길님의 이렇게 격앙된 목소리는 처음이다.
하루종일 밥도 안먹고 알로에 같은 음료수를 물대신 넣고 달리셨다고 한다.
대단하시다.
난 절대 그러지 못한다.
역시 각자의 살아남는 방법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짐응 챙겨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후우~~
끝내주는 여행이었어 ^^

랜사모 카페에 이런 말이 있더라.
"모든 랜도너스 참가자는 특별하다.
그리고 결과와 상관없이 그 도전에 박수받아 마땅하다."


나도 100%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