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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을잇는자전거] 대한독립, 815라이딩

nuegocci 2017. 11. 5. 22:47

대한독립, 815 라이딩

 

라이딩 시간   62:56 (2017.10.7.07:17 ~ 10.9.22:13)

라이딩 거리   826km

 

1945815,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로부터 대한민국이 독립한 날.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815km를 타기로 합니다. ‘둘을 잇는 자전거컨셉에 맞게 의미 있는 두 곳의 장소를 선정하기 위한 고민을 합니다. 나에게는 좋지 않은 이미지이지만 그래도 독립기념관을 빼 놓을 수 없죠. 다른 한 군데는 검색을 거듭하다 효창공원으로 정합니다.

 

■ 출발지와 도착지

● 출발지 : 효창공원

효창 공원(孝昌公園)은 원래 5살 어린 나이에 죽은 정조의 첫째 아들 문효세자와 몇 달 후 죽은 그의 어머니 의빈 성씨의 무덤으로 효창원이었으나, 일제 강점기 때 일제의 불순한 의도로 두 무덤은 서삼릉으로 강제 이장 당하고, 이름도 효창공원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김구의 묘소를 비롯하여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이었던 이동녕, 군사부장 조성환, 비서부장 차이석의 묘소와, 윤봉길·이봉창·백정기의 묘소 등 임시정부 요인들(이동녕, 조성환, 차리석 선생)의 묘가 있으며 안중근 의사의 가묘가 있습니다.

▲ 백범 김구 선생 묘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3의사 묘맨왼쪽은 안중근 의사 가묘.

 

이러한 이유로 이번 라이딩의 출발지로 정합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군의 숙영지와 작전기지로 이용되다 해방 후에는 일본군 숙영지가 철거되어 1946년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등 삼의사의 유해 및 이동녕, 조성환, 차이석 등의 3인 유해가, 19497월에는 백범 김구의 유해가 이 공원 묘역에 안장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승만과 박정희는 의미를 퇴색시키기 위한 작업을 시도합니다. 효창운동장을 만들고, 골프장을 만들려다 실패합니다. 일제에 의해 효창원이 퇴색되더니 해방 후 독재권력에 의해서도 불순한 시도가 자행된 것입니다백범기념관은 2002년에 건립되었습니다.

● 도착지 : 독립기념관

사진출처 : 독립기념관

외침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켜 온 우리 민족의 국난극복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보존·전시·연구함으로써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민족정신을 북돋우며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건립되었습니다.

1982년 독립 기념관 건립 추진 위원회가 발족하였고, 19878월 충청남도 천안시 목천읍 흑성산 아래에 독립기념관을 건립하였습니다. 커다란 규모의 이 기념관은 국민의 성금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겨레의 독립 의지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런 형태의 기념관은 세계 각지의 나라에 흔히 세워지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꼭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이겠죠. 후손들이 기리는 활동도 소홀히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독립기념관에 바란다.

http://cafe.daum.net/realhistory/Ee/6856?q=%B5%B6%B8%B3%B1%E2%B3%E4%B0%FC%20%C0%FC%BD%C3%20%BF%C0%B7%F9

저에게 독립기념관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 것은 건립할 때 무자격자가 작업하다 발생한 화재와 사용된 구리기와가 일본제품이라는 것, 그리고 서재필씨가 큼지막하게 전시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독립기념관이 누군가의 일자리뿐만 아니라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적극적인 활동과 전시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럼에도 독립기념관을 도착지로 선정한 것은 그 상징성 때문입니다.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 준비

● 경로편집

거리는 815km가 결정되었고 효창공원에서 독립기념관까지의 거리는 너무 짧았습니다. 그래서 궁리를 하다가 태극문양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합니다. 교차점이 출발지와 도착지여야 한붓그리기가 되죠. 경로 편집을 확정하는데 815일 이전에 3주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되도록 왕복 4차선 이상은 피하고 지방도나 시골길 위주로 구성하였습니다. ‘로드뷰와 위성지도를 보면서 확인해가며 작업했는데 일부 구간에서 넓은 도로를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넓은 도로에서는 자동차 통행이 많고 빨라서 더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 준비물

3~4일 동안의 국내 라이딩에 꼼꼼하게 준비할 것까지야 별로 없죠. 전조등 1, 후미등 2, 휴대용공구, 예비튜브 2, 이동식량 많이, 충전지 3, 충전기도 3, 그리고 케이블, 아플지도 모를 경우를 대비해 무릎보호대, 근육통 연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네비게이션.

네비게이션은 스마트폰을 사용했습니다. ‘GPX TRACKER2라는 앱이 있습니다. 아이폰앱인데 안드로이드에도 있겠죠. 트래킹 기능은 가민보다 낫습니다. 다만 배터리가 문제죠. 그래서 보조배터리를 준비합니다. 이를 위한 GPX파일 옮기기 및 사용법은 따로 다룰 예정입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거치대도 거치하고 몇 번 연습도 합니다.

옷은 바지 한 벌, 갈아입을 여분의 바지를 준비할까도 생각했지만 3일이라 어떻게든 견뎌지겠지 하며 타협하고, 반팔져지 1, 기능성 상의 속옷 2, 팔토시와 초겨울용 융이 들어간 져지, 바람막이, 이렇게 준비합니다. 손수건을 깜빡하고 안 가져갔습니다.

 

● 자전거와 몸의 상태

몸 상태야 체력이 되는대로 가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자전거 상태는 체인을 바꾸었더니 튀는 기어비가 있고, 작은 체인링도 마모되어 소리가 났지만 이런 제한도 예기치 못한 새로움을 선사해줄 것이라는 은근한 기대도 해 봅니다. 경쟁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자전거 타면서 생각해 볼 거리를 만들기 위해 백범일지라도 읽어보려 했는데 그만..

 

■ 출발

여름부터 미루고 미루다 올해는 못 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고향에서 일찍 올라옵니다. 비예보가 있네요. 이런!

107, 새벽에 깨어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전철을 탑니다. 출발지인 효창공원으로 갑니다. 지하철역에서 환승하는데 오른쪽 클릿신발이 미끄럽습니다. 스피드플레이를 쓰는데 클릿을 덮는 고무덮개가 한쪽이 빠졌습니다. 어디선가 은밀하게 탈출했나 봅니다. 이런애써 외면합니다.

 

● 첫째 날

효창공원에는 처음 와 봅니다. 속속들이 살펴보고 싶지만 오늘은 자전거 타기가 우선이라 다음을 기약하고 사진 찍고 출발합니다.

추석연휴라서인지 한강은 한산합니다. 강북자전거도로를 따라가다 행주대교를 건넙니다. 아래뱃길에서 계양대교에 올라 풍경사진을 찍을 생각이었는데 멈추고 싶지 않아 지나갑니다. 정서진에 도착해서 휴식합니다

쉴 때마다 초코바류의 이동식 2개를 먹습니다. 이전까지 쉴 때 한 개씩 먹었는데 이번에는 2개식 먹기로 합니다. 배가 든든해야 하니까요.

순조롭게 나아갑니다. 뒷바람이 부는지 속도도 제법 나옵니다. 이러다 한방에 퍼질 수 있는데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그래도 몸에 부하를 면밀히 느끼며 나아갑니다. 소래포구까지 가는 길은 차량 통행이 많아 위험하고 불편합니다.

송도컨벤시아 부근에 송도MTB파크가 있습니다. 둔치 직선거리만 4km 정도입니다. 여기를 보완하여 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높은 언덕 만들고 나무를 많이 심으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휴식공간이 될 수 있겠습니다. 현재는 거의 방치상태로 보입니다.

오이도 등대 아래에서 휴식합니다

▲ 뱃사람보다 뭍사람에게 인기 많은 등대

20~30km마다 쉬는데 이번에는 좀 더 멀리 달려봅니다. 점심은 시화방조제 건너 대부도에서 조금 일찍 먹습니다. 식당에 갈 때마다 충전기와 물통 등을 챙깁니다. 챙겨야 될 것들은 모두 헬멧을 바구니 삼아 담습니다. 안 그러면 빠뜨릴 수도 있어서.

대부도에는 자동차가 많습니다. 연휴에 놀러 오고가는 차량이겠죠. 화성방조제도 저번보다 덜 지루하게 지납니다. 전에 한 번 달려봤다고 스마트폰 전원도 아낄 겸 네비 확인을 등한시하다 경로에서 벗어납니다. 예정 경로보다 더 짧아졌네요. 개이득. ㅎㅎ

왼쪽 무릎에 살짝 신호가 옵니다. 2년 전부터 고질이죠. 아직은 페이스 유지하며 달릴만합니다. 이 때 무릎보호대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나중에 하게 됩니다.

아산에서 천안 넘어가는 고개를 만납니다. 어쩔 수 없이 작은 체인링으로 변속합니다. 찌그덕거리는 소리가 거슬리지만 그러지 않으면 체력소모가 심해질 듯합니다.

천안시내. 대개의 도심처럼 천안도심도 자전거 타기 불편하고 위험한 도시입니다. 외곽으로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해 도심을 통과하게 구성한 것입니다.

어스름해지는 시간에 독립기념관에 도착합니다

만족감 때문인지 조금 오래 쉽니다. 오늘 달릴 목표가 300km인데 더 쉴 수 없습니다. 장경인대 통증은 점점 심해져 무릎보호대를 착용합니다.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리기로 합니다. 포기는 언제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마을을 관통하고 농로를 타고 가다보니 오천자전거길과 만납니다. 다시 도시가 나옵니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곳곳에 사람들이 삽니다. 오래 전부터겠죠.

▲ 오천자전거길 어딘가

여기서 잠시 경로에서 벗어납니다. 길은 다시 만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더 나아갑니다. 다행히 제 길로 들어섭니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중앙분리대가 있는 넓은 왕복 4차선 도로를 달립니다. 시골이라서인지 자동차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뒤에서 다가오는 자동차 소리에 신경이 곤두섭니다. 역시 중앙분리대가 있는 도로는 자전거 타기에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2차선 지방도를 달립니다. 펜션이나 캠핑장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습니다. 오르막길에서는 왼쪽 무릎을 쥐고 누르며 페달링을 합니다.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처 부위를 강하게 압박하는 건 당장은 괜찮아도 악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당장은 가야하는 상황이라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무릎이 아프니 댄싱이 어렵고 그러다보니 엉덩이와 팔의 부담이 커집니다. 20km마다 휴식합니다.

산속 길에 빛은 자전거에 달린 전조등과 후미등, 달빛뿐입니다. 팔월보름이 지난 지 며칠 안 되어 달은 밝습니다.

300km 쯤 가면 숙소가 있다고 보았는데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결국 유스호스텔이 보여 들어갑니다. 이곳은 처음 이용해보는 것인데 회원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는데 가격이 비쌉니다. 모텔의 두 배 정도 되네요. 하지만 무릎도 아프고 밤 12시가 넘어 이 이상 강행하는 건 내일을 위해 좋지 않아 멈춥니다. 요깃거리를 물으니 드시려고 샀다는 과자와 사과를 파시네요. 장사는 이렇게 하는 거지!

 

● 둘째 날

1시쯤 잠이 들고 5시쯤 깨었습니다. 긴장감 때문인지 피곤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남은 사과와 과자를 먹고 다시 눕고 짐을 챙겼더니 6시 반쯤에야 출발합니다. 짐 챙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오늘은 잠자기 전에 정리를 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유스호스텔 사장님이 배웅까지 해주시네요.

무릎 통증은 더 심해지진 않았고, 오늘은 10km마다 쉬기로 합니다. 도로를 벗어나 시멘트 포장된 고개를 넘습니다.

길도 산악구간이라 속도도 느려집니다. 제천의 청풍호 주변 도로를 따라갑니다. 호수 주변의 도로는 오르락내리락의 반복입니다. 무릎이 걱정입니다. 815 라이딩이라서 폐관수련이나 면벽수행처럼 자전거 안장 위에서 독립과 유공자들에 대한 생각을 해보려했는데 당장 내 무릎이 아프니 다른 생각할 여지가 없네요. 그런 면에서 이번 장정은 실패입니다. 그래도 달리긴 해야죠.

청풍호 주변에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보입니다. 또 헬멧을 바구니 삼아 물건을 담습니다. 잊거나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방편입니다.

제천 시내에 들어왔네요. 자전거 속도에 맞추어 거의 매 신호등마다 걸립니다. 신호등이 너무 많습니다. 밤에 달리게 될 경우를 대비해 시내를 관통하게 경로를 그렸는데 이런 불편함이 있네요. 대신 휴식이 되어 피로가 쌓이진 않습니다. 무엇이든 맞바꿈이 있나 봅니다.

네비를 끄고 가다 고개를 하나 넘은 다음에야 경로 이탈을 알고 되돌아갑니다.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졸업하고 몇 십 년이 지난 동문들의 운동회가 벌어지고 있네요.

점심을 무엇을 먹었더라...? 3일 지났는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하여튼 잘 먹었습니다. 힘든 여정에는 3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더 든든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사진이라도 틈틈이 찍어두었으면 기억하기 나았을 텐데 자전거 타는 중에 찍는 게 번거로워 소홀했더니 이러네요. 11시 반 쯤에 들어갔는데 아침부터 5시간 동안 달린 거리가 70km 밖에 안 됩니다. 무릎 통증과 산악구간 때문일 텐데 이러다간 하루가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네요.

움직이기 좋은 계절에 연휴라서 그런지 곳곳에 동창모임 현수막이 보입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어려서부터 세뇌되듯 했지만 사실은 뭘 해도 좋은 계절이죠.

자주 쉽니다. 구분하기 어렵지만 거울 속에 자전거와 제가 있습니다.

안흥찐빵 간판이 많이 보이는 마을에 들어섭니다

내가 찐빵을 즐겨 먹지도 않고 밀가루 음식을 특히 피해야 하는 몸이지만 에너지바에 물려 있던 입이라 입가심 할 겸 3개를 삽니다. 2천원인데 맛이나 양에 비해 비쌉니다.

한적한 도로를 느릿느릿 달립니다. 마을 앞 큰 나무아래 정자가 있길래 멈춥니다. 잠깐 누웠는데 잠이 들었나 봅니다. 30분 정도 잤네요.

이제 홍천입니다. 전체적인 오르막 구간이 끝나서 속도도 조금 빨라집니다. 어제보다 조금 일찍 저녁을 먹습니다. 아침과 같은 식단의 식당이고, 단백질이 적은 양의 다슬기 뿐이라 힘든 라이딩에 적합하지 않지만 다음 식당을 기약할 수 없어 들어갑니다. 아침에 먹은 것보다 맛있네요. 힘들 때 먹는 맛있는 음식은 힘을 내게 하죠.

이제 가평으로 향합니다. 어제와 오늘 누적거리 560km를 타면 내일 하루를 더 타면 이 장정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녁을 먹은 후에 페이스가 오릅니다. 무릎 통증도 많이 완화되었네요. ?

도로를 벗어나 비포장 길도 나오고 시멘트 포장길도 나오고 네비만 따라갑니다. 네비 없었으면 이런 라이딩은 할 수 없겠습니다.

이제 곧 널미재. 여기를 여러 번 올랐지만 여지껏 부담이 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부담이 됩니다. 작은 체인링은 안 쓰고, 안 되면 내려서 끌고 오르자고 마음먹었는데 널미재 초입부터 힘에 부쳐 내려서 끕니다. 끌고 가면서 작은 체인링의 마모와 클릿의 마모를 비교해보니 그냥 작은 체인링을 쓰자는 결론을 내고 타고 오릅니다. 처음부터 이럴 걸. 앞으로는 고민 없이 작은 체인링도 쓰기로 합니다.

연휴 끝에 귀경하는 자동차도 끊김 없이 이어집니다.

널미재 내리막. 곧게 길죠. 속도가 제법 나옵니다. 이곳에서 공진현상을 경험했기에 이를 피하기 위해 자전거를 좌우로 조금씩 왔가갔다 하며 내려갑니다.

설악면내의 편의점에 들릅니다. 몇 번째 들어가는 편의점인지 전국 편의점 탐방이네요

솔고개를 넘습니다. 올랐으니 내려가야죠. 북한강 자전거도로까지 순탄하게 달립니다. 밤이라 자동차가 추월해 지나가면 뒤를 유심히 봅니다. 가야할 길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을 요량으로.

그렇게 쭉 남양주 샛터삼거리까지 가서 편의점에서 휴식합니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간혹 자전거 탄 이들이 보입니다.

다시 출발합니다. 이제 모텔이 보이면 멈추어야 합니다. 참 한산한 길을 달립니다. 낮잠 30분 덕분인지 피곤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경춘선 자전거길 바로 옆에 모텔이 있길래 주저함없이 들어갑니다. 시간은 자정 전이네요. 씻고 빨래하고 짐정리 조금 해두고 간단하게 스트레칭 하고 눕습니다.


● 셋째 날 

아침 5시에 깨어 준비합니다. 몸이 뻐근합니다. 무릎 통증도 여전하고. 간밤에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것인지 덜 아팠는데. 어제 아침보다는 빨리 출발합니다. 오늘은 260km를 타야 합니다. 오늘 끝내지 못하면 전체 주행시간이 길어지는데 그렇게 기록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무리가 된다면 하루를 더 타야겠죠.

중간에 전철역에서 쉬며 에너지바 한 개를 먹습니다. 출발하고 몇 킬로미터를 가지 않았는데 문을 연 식당이 나타납니다. 전철역 앞에서 쉬며 먹은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여기가 아니면 이 길 바로 옆에 식당이 없으니 들어갑니다. 건축일 하시는 분들이 아침을 드시네요. 하루를 일찍 시작하시는 분들이죠.

중랑천합수부에서 휴식합니다.

다시 이틀 전에 출발했던 효창공원에 돌아옵니다. 시간은 오전 9시쯤.

이제 다시 독립기념관으로. 태극 문양의 가운데 곡선을 그리기 위해 달립니다. 마포대교를 건너 한강 남단 자전거길에 들어섭니다. 편의점에 들러 라면을 끓여 먹습니다. 위장 장애로 밀가루 음식은 먹지 않는 게 좋다고 해서 피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먹어야겠습니다.

안양천을 따라 달립니다.

경로가 집 앞을 지나가서 집에 들러 불필요한 짐들은 내려놓습니다. 아는 분들께 연락하여 점심이라도 같이 먹을까 했지만 자칫 의지가 약해질까 하여 그대로 하오고개를 넘습니다. 점심은 운중동에서

후식으로 미숫가루 슬러쉬. 혼자 가서 두 개 먹었습니다. 이거 먹고 싶었습니다.

여우고개 넘고 말구리 고개 넘고 탄천 자전거길에 내려섭니다. 말구리고개가 이렇게 힘든 고개였던가! 이제 용인으로 갑니다. 좀 지칩니다. 누적거리는 느릿느릿 늘어납니다. 용인에서 하천 자전거길을 따라가다 도로에 올라섰는데 자전거 타기가 불편합니다.

어디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용인에서 이천 방향으로 가는 자동차 통행이 많은 도로에서 갑자기 속도가 높아집니다. 무릎도 조금 덜 아픕니다.

갓길도 없는데 빠르게 추월해가는 자동차가 많아 더욱 조심하고 뒤를 자주 돌아보게 됩니다. 언덕배기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2차선의 지산CC로 들어갑니다. (다녀온 후 팟캐스트 방송에서 말한 것을 지적받을 때까지 이곳이 양지CC인 줄 알았습니다.) 꾸역꾸역 올라가니 왼쪽에 작은 건물이 나오고 근무자가 여기서부터는 사유지라고 자전거는 통행할 수 없다고 합니다. 돌아가는 길을 물어보니 되돌아가서 한참을 가야 합니다. 이러면 제 시간에 못 들어가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근무자의 입장도 이해되고 사유지라니 제 마음대로 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잠시 쉬며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아득합니다. 그래서 다시 사정 이야기를 하고 부탁을 했더니 그래도 들어주네요. 본인도 난감했을 텐데.

숙박건물이 나오고 이제부터는 내리막입니다

▲ 사진으로는 완만하게 보이지만 오르고 싶지 않은 길입니다.

시멘트포장에 가로로 홈이 길게 파져 있습니다. 흔히 빨래판길이라고 하죠. 길은 자동차 두 대가 교차할 정도로 넓었는데 경사가 극악입니다. 제가 수많은 곳을 타 봤지만 내리막에서 와리가리를 한 건 처음입니다. 엉덩이 뒤로 빼고 드롭 잡고 브레이크를 꽉 잡아도 가속이 되어서 왔다갔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오르막 대회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간에 발이 땅에 닿으면 탈락!

국도를 따라 달리다 트래커를 보니 경로 이탈이네요. 비포장길로 안내합니다. 모퉁이를 돌아가니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입니다. 꽤 기네요. 더 넓은 평야에서 이맘때쯤 벼이삭라이딩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울퉁불퉁한 농로라 속도는 나지 않습니다. 들판의 저 끝 산 위로 저녁해가 이글거립니다.

어제는 저녁을 먹고 나서 무릎 통증이 많이 완화되고 페이스도 올랐는데 오늘은 농로를 벗어나 국도에 들어서니 속도가 붙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을 찾아야 합니다. 살짝 신호가 옵니다. 긴장하며 더 달리다보니 반가운 휴게소가 보입니다. 화장실에서 생각해보니 65km 가량 남았는데 이 정도면 저녁을 먹지 않고 달려도 되겠다는 결론이 섭니다. 쉬어서인지 배설해서인지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페이스가 조금 오릅니다. 그래도 조금 아끼며 달립니다. 퍼지는 건 순간에 찾아오니까요.

전조등을 켭니다. 2차선의 차량 통행이 적은 지방도를 달립니다.

낮에도 이용자가 몇 명 되지 않을 시골 버스 정류장에 멈춥니다

가로등 불빛이 밝게 비춥니다.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과자와 음료수를 마시며 쉽니다. 낯선 동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불안하지 않은 것은 이곳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낮에 있었고, 내일도 다시 이곳에 누군가 오겠죠. 이곳에 아무도 없다고 하면 내가 이곳에 올 수 있었을까요. 그러고 보면 여행이 가능한 것은 그곳에 여행하지 않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느 때는 지방도를 벗어나 마을을 관통하기도 합니다. 편의점은 없고, 여유가 있어 마을 가게는 지나칩니다. 머지않아 가게는 또 나오겠지! 하지만 가게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30km를 남겨 두고 고갯마루에서 휴식합니다. 물이 한 두 모금 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남은 거리로 보건대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듯합니다.

다시 출발. 그런데 경로이탈입니다.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가보니 시멘트포장 농로가 보입니다. 저녁에는 마을 사람들도 다니지 않을 길을 갑니다. 힘써 고개를 올라도 내리막에서 속도를 낼 수 없을 정도로 험하고 작은 길입니다. 내가 왜 이런 길로 설계를 했을까 후회스런 마음도 살짝 듭니다. 이러다간 멘탈이 무너질까 하여 무시하고 페달을 돌리는 데만 집중합니다. 긴장감이 높아져서일까요, 이제는 오르막에서 무릎 아픈 다리를 끌어올리고 강하게 밟아도 무시할 정도의 작은 통증만 있습니다. 그래도 조심합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지겨운 이 길은 끝나지 않습니다. 이제는 물도 딱 한 모금 정도 남았네요. 배는 고프지 않은데 목이 마릅니다. 이게 걱정입니다.

또 하나 신경 쓰이는 것이 밤에 시골에서 고라니가 튀어 나오고 어느 때는 자전거에 돌진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하지, 큰소리내면 달아날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어쨌든 목적지는 점점 가까워집니다. 밤이라서 사람도 다니지 않는 언덕마루에 편의점 표지판이 보입니다. “OO편의점 2km“. 이게 웬,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사람의 기분이 이런 걸까요! 국도에 들어서자마자 편의점이 보입니다. 음료 두 병을 들이킵니다. 이제 남은 거리는 15km.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는 심정이랄까요. 마음이 조금 조급해집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를 가늠해봅니다.

도착하자마자 인증사진 한 장만 찍고 천안역 전철시간표를 확인해야지.’

1010분에 도착합니다

사진을 찍고 스마트폰으로 전철시간표를 확인하니 안 되겠네요. 여기서 두 가지를 잘못합니다. 하나는 시간을 잘못 봤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천안역까지 20km 정도라고 알고 있었다는 것.

10여분이 지나서야 두 가지에 대해 오류라는 것을 알고 서둘러 출발합니다. 11킬로 정도에 남은 시간은 충분. 다만, 병점역까지만 운행하는 전철만 남았네요. 그래도 자더라도 천안 시내에서, 또는 혹시 기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돌아가겠다는 일념이 드니 힘도 더 납니다. 무대뽀 정신이 발휘됩니다. 아픈 무릎도 부응합니다. 천안 시내의 신호등이 야속합니다.

천안역에 도착. 안양에 정차하는 지연된 열차가 한 대 있습니다. 역무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니 표를 끊어주며 자전거 탑승은 안 되는 열차인데 승객이 적으니 차장에게 양해를 구해보라고 합니다. 플랫폼에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이 적습니다. 연휴의 마지막 날인데 이전에 많이 귀경했나 봅니다.

안양역에 도착하여 집에 타고 가야하는데 엉덩이가 많이 아파 앉지 못하고 댄싱으로 천천히 아침에 들렀던 집으로 돌아옵니다.

 

■ 라이딩 기록

 

■ 라이딩 이후

라이딩 후 몸에 작은 부상이 여기저기 발생했습니다. 대개 라이딩 중 찾아온 장경인대염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한쪽 다리를 제대로 못쓰게 되니 엉덩이, 어깨, 손바닥에 부담이 더 커진 탓일 겁니다. 손바닥과 엉덩이는 이틀, 어깨는 5일 만에 좋아졌고, 무릎은 아직 낫지 않고 있습니다. 휴식만 하고 있는데 차도가 없으면 병원에 가야죠.

 

* 위험한 구간이 많아서 GPX 파일은 올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