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국내여행/전국여행

[자전거 여행] 해안따라 전국일주 - 4 전곡항에서 아산만방조제까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7. 24. 23:00

전국일주 네번째 구간

전곡항부터 아산만방조제까지

보고, 잡고, 먹는 재미가 가득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가까우면서도 이국적이고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는 자전거 여행지하면 화성과 평택을 꼽을 있다. 전곡항에서 라이딩을 시작하여 물때에 맞춰 섬과 육지로 변하는 제부도의 바다 갈림길을 지나 노을이 아름다운 궁평항, 미군 포탄사격장의 아픔이 서려 있는 매향리, 평택까지가 구간에 해당한다. 자꾸 카메라를 꺼내게 만드는 풍경으로 갯벌에선 간단한 장비로도 바지락이나 조개를 있는 체험이 가능하다.

 

화성 전곡항-10.9-제부체험마을-12.5-서진낚시터-11.1-궁평항-13.5-매향리-14.4-하수종말처리장-13.9-평택 권관마을(아산만방조제)

 

 

 

 

 

 

불참자의 마음을 품고 달리다

 

2011년 4월 9일(토) U-Project 4구간을 함께한 23명의 친구들이다. 무뚝*, 하*, 김용*, 청기*Jr, 빅파*, 숨*, 미*, 앤디*, 준*, 빛혜*, 에*, 콜롬*, 가을**, 비*, 봄향*, 청기와*, 블루스**, 솔개, 해*, 운*, 산마*, 여*, 즐*.

 

결혼식을 비롯한 이런저런 행사들이 즐비한 봄철이라 익숙한 친구들 몇몇은 피치 못할 개인사정으로 인하여 마음은 서해안 해변의 우리들에게 맡겨두고, 몸은 또 다른 친지들과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3구간에서 기록한 34명이라는 숫자의 후유증(?)에 안개까지 자욱한 을씨년스러운 날씨의 영향인지 출발은 초라한 듯 보였으나, 전곡항에서의 몸 풀기 체조와 함께 금세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전환되었으며 온도와 바람 또한 착하게 우리 편을 들어 주었다.

 

 

 

 

 

 

 

오전 10시 해양 레저산업의 메카를 꿈꾸며 이국적인 분위기의 요트가 즐비한 전곡항을 뒤로 하고, 전곡항과는 사뭇 다른 전형적인 모습의 어촌들을 지나친 제부도 입구에서 이른 아침부터 유팀을 만날 욕심에 놓친 아침식사를 대신하여 막걸리 한 잔으로 허기진 속을 달래는 몇몇 회원들이 눈에 띈다. 차제에 다음 구간부터는 공식적인 예산으로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될 것 같다는 지적에 총무는 늘어날 업무량으로 엄살(?)을 부리니 식성 좋아 보이는 빛혜*이 전담을 하겠노라고 자원하고 나선다.

 

 

 

 

제약부경(濟弱扶傾) - 약한 자를 구하고 기우는 자를 바로 잡아준다

 

濟弱扶傾-제약부경 / 濟 건널 제. 弱 약할 약. 扶 도울 부, 傾 기울 경 / "약한 자를 구하고, 기우는 자를 바로 잡아준다"는 의미심장한 뜻을 품은 섬, 우리들에게 때맞추어 물길을 열어준 제부도를 향하여 바다 사이를 가로질러 갯벌 위로 포장된 길을 달리는 기분은 연육교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맛을 준다. 빨간 등대, 바다위에 우뚝 솟은 팔각정 같은 바다낚시터를 지나, 매바위 등 제부도의 상징물들을 돌아 나오기까지는 화성시의 대표적인 관광지답게 모든 편의시설 등 불편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제부도를 나와 매화리 염전과 백미리 어촌체험 마을을 지나치면서 부터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저 외국 풍경에서 자주 보던 애매모호한 건축양식의 펜션들만 드문드문 있을 뿐 허기를 채워 줄 아무것도 없이 비포장 진흙탕 길들이 우리들의 길을 가로막기 수차례, 또한 이름 모를 공사들로 인한 길의 실종으로 수차례의 "알바"를 거듭해야만 했다. 특별히 새로 장만한 로드차를 처음 선 보인 '김용*' 회원의 자전거가 더욱 안쓰러웠지만, 자전거로 떠나는 우리나라 해안여행의 진수를 보여주는 구간임에 틀림이 없었다. 어렵사리 통과한 구간이지만, 도심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색다른 라이딩의 묘미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궁평리의 따뜻한 인심

 

어느덧 점심때를 넘겼다는 강력한 신호음을 받으면서 궁평리 해수욕장에 도착하였다. 아직 시즌 전인지라 한적한 해수욕장에 갑자기 들이닥친 우리 일행을 맞은 서해회집 주인장은 부족한 밥을 빌리러 이웃집으로 허둥대 다니면서도 맛난 고들빼기 김치로 우리들의 입맛을 돋우어 주었고, 푸짐한 우럭매운탕으로 우리들의 배를 채워 주었다. - 내가 언제부터 식당 공기밥 값에 예민해졌는지 6개 이상을 추가한 밥값을 서비스로 처리해주는 주인댁에게 별나게 큰 고마움을 느낀다.

 

 

 

 

식후 소화제로 아주 적합한 궁평리 솔밭길을 시작으로 때늦은 오후 라이딩을 시작한 시간이 오후 3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이의제기도 없다. 어느덧 금수강산을 누비는 자세들이 안팎으로 잡혀가는 모양이다. 여기서 자전거 내공이 대단한 하*님이 오후 약속으로 작별의 인사를 미리 나누었다. 화성방조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그저 한적한 시골 항구에 불과했지만 방조제 덕분에 유명한 항구가 돼 버린 궁평항에서 매향리를 잇는 10Km의 화성방조제는 신나게 마음껏 페달질을 하라고 자유라이딩으로 달려서, 자유평화를 수호한답시고 미군 포격연습장으로 섬의 1/3을 잃어버린 농섬이 바라다 보이는 언덕을 만난다.

 

 

 

 

 

누가 매화향기를 빼앗는가

 

매화향기 그윽했던 동네를 화약 냄새와 폭음으로 진동시키며 지리와 인심의 아름다움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 버린 50년 역사의 현장. 녹슨 포탄의 잔재들이 마치 길가에 쌓인 연탄재처럼 남아 아픔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매향리를 벗어나 요즘 잘 나가는 기아자동차 공장을 끼고 돌아 화성 - 평택 간 경계를 이루는 남양방조제를 건넌다. 우려했던 것 보다는 한적한 주말오후 공단지역의 대로는 우리 라이딩 일행에게는 안전함 속에서 마음껏 속도감까지도 즐길 수 있었으나, 포승지역의 분위기는 시골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우리들을 훌쩍 떠 담아서, 눈 깜짝할 새 수도권 어느 곳에 내려놓은 기분이 든다.

 

 

점심시간에 여유를 부린 대가로 평택호를 껴안고 있는 평택관광단지를 우회하는 코스를 생략하고 아산만방조제를 바로 건너 검문소에서 일행들의 점검을 해본다. 마침 아산만방조제 말미에서 펑크가 난 '해*'님의 콜이 왔다. 평택호에 대기 중 저녁시간 무박산행 예약 때문인지 복귀를 재촉하는 버스기사(-관광버스의 계약조건을 되짚어봐야겠다. 계약 시간과 금액에 대하여.....)와 연락이 닿아 낙오된 회원의 호송을 부탁했다. 시간 관계 상 10Km 남은 삽교호를 다음 구간으로 미루고 오늘의 라이딩을 마감한 시간은 오후 6시.

 

 

 

 

 

풍경은 돌아가는 페달을 멈추게 한다

 

어느 틈엔가 인근 낚시 편의점에서 공수해온 음료와 간식으로 85Km를 달려온 우리팀의 무사완주를 자축하는 길거리 파티가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3구간에 이어 4구간 역시 우측으로 전개되는 파노라마 같은 절경들이 자꾸만 페달질을 멈추게 하며, 카메라를 꺼내들게 만든다. 가다 쉬고, 가다 쉬고, 누군가 그렇게 자꾸만 붙들어 맨다면 참 짜증날 일이지만 오히려 우리를 잡아끄는 아름다운 자태의 자연환경이 고맙기만 하다.

 

우리는 강화를 출발하여 경기도와 충청도가 만나는 평택~아산에 이르기까지 이미 길고 짧은 여러 개의 방조제와 호수, 간척지들을 만났다. 간척지들은 애당초 개발취지와는 달리 자꾸만 산업화된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간다. 갯벌과 공단 모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임은 분명한데 모든 것을 갖고자 함은 인간의 욕망일까?

 

 

우리 유플팀은 드디어 경기도를 벗어나 충청도에 접어들었다. 이동거리는 멀어지지만, 누적거리가 쌓이는 만큼 정(情)도 돈독해지면서 지루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아쉬움과 함께 또 다음을 기다리는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헤어진다. 다음 5구간 역시 당진만의 해변은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 줄 것이다. 보름동안 더욱 열심히 생활하자. 더욱 맛나게 맞이할 5구간을 향하여!

작성자 솔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