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0.23)
금강 종주 도장 찍으자!
국토종주 다녀온 게 벌써 5개월이 지나고
장거리 라이딩은 꿈도 못 꾼.. 직장인
역시 종주는 백조일 때 하는 게
답인 듯
그런 의미로 이번 해가 가기 전에
당일치기 금강 종주를 계획했다.
새벽부터 시작해 차 타고 신탄진역으로
또 첫차를 타고 기차로 군산까지~
종주하고 다시 차 타고 올라오는
어마 무시한 계획!!
종주하고
다음날 바로 출근이라
체력이 걱정이었는데 오랜만에
인증 도장도 찍고, 바람도 쐴 겸 가기로 결정
.
.
.
종주 당일 am 1:30
전날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일찍 자리에 누웠다
짧은 잠을 청하고 약속시간에
맞춰나가기 위해 일찍 기상
스스슥 샤샤샥
짐을 챙겨 나오니 밖은 아직 깜깜하다
아침이 되려면 멀었어
!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미리 오신 당곡님
둘 다 일찍 도착해 2시 전에 출발할 수 있었다
가는 동안 졸지 않기 위해 수다를 떠는데
이게 웬걸 어느새 신탄진역 도착
... 제가 좀 말이 많았죠?
ㅋㅋㅋㅋ
일찍 도착해 첫차를 기다렸다
30분, 1시간 똑딱똑딱
하늘은 밝아지고 새벽녘 빛을 띄는데
무섭 무섭
미리 표를 발권 받고 신탄진역 입성!!
출구를 확인하니 표에 2호 차라길래
2번 출구로 엘베를 타고 내려갔다
"두리번 두리번"
그때 방송이 흘러나왔다
"자전거 소지하신 분들의
기차 탑승 위치는 5번입니다.
계단 반대쪽~ 블라블라"
새벽 아무도 없는 역에서 울려 퍼지는
자전거 소지자들 방송은 모가 그리 웃긴지
연신 키득키득 ㅋㅋㅋ
배꼽 잡으면서 5번 출구로 향하는 2인
기차를 대기하며
붓기 전 말짱한 얼굴로 셀카 한 장
#
기차가 들어오고 로드를 '번쩍'들어
4호 차 열차카페에 자전거를 보관하고
뒤돌아보는데 당곡님이 안 보이심..
잉? 출입문 쪽에 다가가니
내 자전거와 달리 무게 있는 전기자전거를
기차로 올리시느라 늦으셨던거였다 ㅜㅠ
도와달라고 부르셨는데.. 못 들었네.. 이런..
드디어 둘 다 자전거를 거치하고
열차 칸에 털썩, 난 앉자마자 자고 계속 자고
1시간여가 지나 천안역에서 환승 이유로
부랴부랴 짐을 챙겨 내렸다.
이번엔 헤매는 일 없게
안내방송을 듣고 움직였다ㅎㅎ
자전거를 끌고 다니다 보니 힘들어
기둥에 기대놨는데 어떤 외국인 분이
당곡님 자전거를 보고
"엄지척" 멋지다고 하시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기차에 올라타 아까와 같은 칸에
자전거를 거치해두고 자리에 앉아
잠을 청하려는데 아까 인사했던 외국인 분이
막 넘어가는 손짓을 하시면서
"형님, 그거 어이쿠 "
얘길 하는 게 아닌가?
순간 당곡 님이 스프링처럼 일어나 따라가니
자전거가 쓰러져있었다고 하셨다.
뒤늦게 따라가서 보니
나의.. 스피커 거치대가 부러져있었다 ㅜㅠ
그래도 자전거를 보고 얘기해준
그분께 연신 인사를 하고 돌아오니
자리에 앉고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형님' 이라니..ㅋㅋ
우리나라 만민 공통어긴 하지만
외국인 입에서 나오니 참신했다 하하
그 뒤로 2시간 동안 깨고 자고 깨고 자고
눈 뜬 기억이 별로 없었다 zzz
"혜주루씨..."
꿈속에서 이름이 들리는 것 같아
눈을 뜨니 내리기 10분 전이니
자전거 챙기러 가자는 당곡님이 보였다.
얼마나 잤는지 벌씨 군산이라니!!
열차카페에 가니 아무도 없고
마지 막역을 향해가는
기차는 조용했고
나른했다.
"종주시작전에 사진 찍어야죠
짐 챙기는 당곡님을 불러
요로코롬 찰칵
드디어 도착이다
빨리 자전거 타고 싶은 맘에
말도 많아지고 걸음도 빨라졌다~
역을 나와 군산역을 담기 위해
쁘이!!
\
생각보다 흐린 날씨에 당황했지만
더운 것보단 낫지 않은가?
비 오면 맞고 타면 되고
안 오면 더 좋고
ㅋㅋㅋ
금강산도 식후경
늦은 아점 칼국수를 원샷하고
든든하게 오전 10:37분 진짜 종주 시작!
얼마 안 가 도착한 시작점
'금강 하굿둑 인증센터'
이제 달리자
뽜이팅 넘치게 출발했는데
하굿둑에 진입하자마자 맞바람이 아주 그냥
매우 찰졌다, 끊임없이
ㅋㅋㅋㅋㅋㅋ
등 바람맞으며 초반에 살방살방가자던
우리의 종주 계획은 틀어졌고,
이 일은 험난한 금강종주의 아주
사소한 시작이었으니..
쉼 없이 디렉트로 달려 도착한
2번째 익산 성당포구 인증센터
바람개비를 꽂아놓은 길 덕분에
힘든 맞바람 길도 좋았다
사진은 스마일!
"저 인증 도장 찍었어요!!"
지금 기분은 씐남씐남
막 달려! 계속 달리는데
반대편에서 등 바람맞으며 달려오는
라이딩족들이 지나 가며
소리쳤다ㅋㅋ
"맞바람이네요!"
"어후.. 어떡해요!"
"계속 맞바람일 텐데!"
다들 걱정해주시긴 하는데
엄청 크게 웃고 가신다들......
걱정.. 해주는 거 맞죠?ㅋㅋㅋㅋ
맞바람에 지치지 않으려고
일정한 속도로 40km를 돌파하고
2시간 만에 휴식을 취했다.
나는 체력 방전과 벽지의 무거움으로
탁상에 드러누워 열심히 쉬고,
당곡님은 강한 맞바람에
배터리 과다 사용으로 충전 중이셨다
ㅋㅋㅋㅋ이놈의 맞바람 에잇
맞바람은 잦아들 기미도 없고
방법은 뚫고 달리기!
.
.
.
당곡님 사진사
"혜주루씨 멈춰 서 여기서 봐
"혜주루씨 여기"
"여기도"
ㅋㅋㅋㅋㅋㅋ
맞바람에 지쳐 멈추기도 힘든 혜주로는
"이제 사진 그만" 을 외쳤다
50km쯤 갔을까 등바람으로 바뀌고
사진 찍을 여유까지 생겨 살방살방 밟으며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는데
쭉 이어진 길을 따라 언덕 위 차들이
줄지어 지나가고 있었다.
한적한 시골길까지 더하니 나른하고
기분이 상쾌했다.
어언 오늘의 목표 145km 중
3분의 2 지점을 클리어하고 나니
에너지 70%고갈 30% 남음..
그저 당곡님 뒤를 쫓아가기 바빴는데
당곡님은 지치지도 않으시는지
셀카에 자유자재 라이딩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모 드좋은거 드시고 오셨어요?
너무 힘들어하는 나를 보시고는
힘들면 쉬어가자는 당곡 임의 말에 따라
3번째 인증 센서 백제 봄까지
8km 남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멈추려고 앞을 보니 웬걸 다 꽃밭이다.
속으로 생각한 혜주루
"아...또 사진 찍자고 하시겠지?
왜 이곳은 꽃밭인 걸까
귀차니즘 발동
ㅋㅋㅋㅋㅋㅋ"
꽃밭이 보자마자 역시나
당곡님왈 "여기네 딱! 혜주루씨 여기서 봐
혜주루왈 "저는.. 않좋아해요 ..괜찮아요"
100km 타고 지친 혜주루는
사진 찍을 힘이 없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어느새 꽃밭에.... 서있었다
하하하
하나둘 소리에 맞춰
에잇!! 당곡님께 반항하기로
맘먹은 혜주루는 사진기는 보지도 않고
얼굴 반만 보여줬다 ㅋㅋㅋ
"소심한 복수"
당황한 당곡님은
"혜주루씨 카메라도 안 보고.. 참.."
섭섭하다는 기색을..
괜스례 밀어오는 미안한 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요 까짓것 찍어요 찍어
자 이쪽으로 오시고!!
둘셋
다시 충전 후 백제 보를 향해 고고
날씨는 더 어두워지더니
똑. 하고 비가 떨어졌다
"당곡님, 비 오는데요?
"이정도는 비도 아니야 괜찮아ㅋㅋ
얼른 가서 밥 먹자 좀 만 힘내 혜주루씨
혼자였다면 지쳐서 힘들었을 텐데
같이 달리는 당곡님이 계셔 지치지 않고,
응원의 한 마디가 큰 힘이 되었다.
높은 곳에서 쭉 펼쳐진 금강은
궂은 날씨였지만 힐링 되는
그런 곳
3번째 인증센터
백제보에 도착했습니다 가루!!
역시나 나는 힘드니까 사진 거부권 행사
옆으로 찍기기술ㅋㅋㅋㅋ
"이거 은근 재밌네"
속으로 생각한 혜주루
에잇! 그렇다면
셀카 기술로 같이 찍기 신공을 펼치신 당곡님
그렇지만ᄏᄏ 머리 만지는 바람에 실패
하하 하하 성공했쓰
점심은 공주 쪽으로 넘어가서 먹기로 하고
간단히 요깃거리를 냠냠
역시 갈증엔 오렌지주스가 갑이지!
4번째 인증센터 공주보를 찍고
시내까지 들어와 된장국 집에 들어왔다.
오자마자 헬멧과 가방을 벗고
앉으려니 다리가 후들후들..
가까운 자리 착석 후 주문은 둘째치고
둘 다 정신없이 않아있었다.
하하하 정신 차린 후
"기본 정식 2인분이요"
고민하기도 귀찮구나..ㅋㅋㅋㅋ
따뜻한 국물을 먹으면서 강력한 맞바람,
지나가면서 봤던 갈대밭, 꽃밭
아기로 추운 몸을 달랬다.
밥 한 공기를 다 먹어갈 때쯤
급 부족한 느낌이 들어 당목님과 회의한 결과
우리가 고기를 안 먹었다는 결론이 도달했으니..
급 직원을 불러 고기를 먹기 위해
낙상을 시켜 다시 2차전 식사 시작!
우리 첫 끼인 것처럼 먹어보아요
"잘 먹겠습니다ᄏᄏᄏ
점심을 먹고 가게를 나오니 바람이 슈우~
응? 서늘한데 모지?
밖에 나가보니 바글바글하던 길거리는 조용하고
아까는 찔끔찔끔 오던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우리가 남은 가야 할 거리 54km
아직 많이.. 남은 거 같은데 비까지 오다니
신나는군 씐나씐나!!
준비하고 자전거 위에 오르니
시간은 오후 5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우중 라이딩에 걱정하시던
당곡님은 여기서 점프할 수 있는데
탈수 있겠냐고 물어보셨다
당곡님왈 " 혜주루씨, 이제 여기 지나면
점프기회는 없어,
어떻게 우중 라이딩 괜찮겠어?"
혜주루왈 " 제주도에서 더 심한
우중 라이딩 도 했는데
뭐 이 정도는 탈 수 있어요!!"
그렇게 우린 세종으로 출발하기 시작했다.
바막에 고글까지 완전무장 후
'안녕하세요 세종시입니다'
표지판을 지나고 어느새 하늘은
까만 뭉게구름이 점령해
비는 주륵주륵,
점점 날이 어둑어둑해져
전조등과 후미등을 장전하고
앞만 보고 열심히 세종보를 향해 달려
어렵사리 5번째 인증센터
세종보를 찾아 인증 도장을 찍었다
남은 거리를 체크하니 37km
비는 점점 더 내리고
날은 깜깜한 밤을 맞이해
라이트 없이는 보이지 않는 길을 선사했다.
당목님과 지칠 대로 지친 혜주루는
이때부터 집 갈 걱정에 조마조마..
우리 잘 갈 수 있을까요?
야간 라이딩은 우리의 종주 계획에 없었는데
이 난관을 어찌해쳐 나가야 할지..
그런 의미로 힘도 낼겸
"마지막 파이팅 사진 찍어요 당곡님"
우리 집에 갑시다 집에!!!!!!
파이팅
평소 출퇴근을 따지면
50km도 안되는 거리였지만,
우중 라이딩, 초행길,야간 라이딩까지
걱정 종합세트였다.
아침엔 이렇게 늦게까지 자전거 타고 있으리라
상상도 못했는데 나는 아직 세종보에 있고..
해매지 않기위해 휴대폰을 꺼내
실시간 GPS로 길을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힘들다 무섭다 불안하다는 얘기보단
할 수 있다 집에 가자 페이스 조절하자
좋은 얘기를 하며 달리는데 갑자기 오른쪽에서
훅 치고 나오는 무언가!!
급 정지 후 멈춰 봤더니
엄청 큰 고라니 한 마리가
점프해서 지나가는 게 아닌가?
우와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얼마 안 가 또 나오고
또, 또또, 또또 또 나오고
음.. 아마 15마리는 본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기한 게 아니라
고라니에 부딪혀 다치지 않으려고
신경 쓰랴 ,앞에 보고 달리랴, 빗길 조심하랴
어깨에 담이 오백 개는 쌓인듯했다 ㅋㅋㅋ
고라니 때아닌 떼가 지나가고
안 나온다고 느낄 때쯤
갑자기 튀어나온 쥐 한 마리가
내 자전거 아래로 ~슈웅~ 하고 지나가고
곧이어 당곡님 자전거로 지나갔다.
"당곡님..밟았어요?"
"아니..느낌은 없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빗속에서의 대화
길을 잘보고 갔는데 갑자기 길이 끊기고
일반 비포장도로가 똭 펼쳐졌다!!
혹시나 길을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자꾸 이 길로 가라고만 한다..
춥고 길이 아닌것 같고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집 나오면 고생이라는 게 이런 건가
ㅋㅋㅋㅋㅋㅋㅋ
믿을구석은 폰 지도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고!
무슨 MTB 연습장처럼 돌 사이를 지나
꿀렁꿀렁 언덕을 넘는데
로드에다 클린까지 생명의 위협을 받아
아예 한쪽 클린은 빼고 돌을 슉슉 피해 가며
일반 도로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하 하하하
내가 어딜 지나온 것인가?
드디어 찾은 금강종주 길을 따라
점점 거리를 좁혀갔다
산속에서 라이트에 의지해 계속 달리다가
대청댐과 가까워질수록 보이는
민가들을 보고 안심이 됐다
설렘과 감격 플러스 대청댐 7km 표지판은
페이스 조절에 에너지를 50% 채워주어
속도를 올려 대청댐을 향해 갔다.
생각보다 7km라는 거리가
뚝딱하고 오는 게 아니다 보니
평지를 타고 오르막길을 타고 나서야
드디어 마지막 6번째
대청댐 인증센터에 도착
후유..
이제 마지막 도장을 찍으러 가자
인증 도장 후 인증 사진까지 완료.
당곡님 추운 날씨에
수고하셨어요
잊지 못할 금강 종주가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 고생 중에 고생 갑이었던 종주였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전거를 타고 있을 땐 몰랐는데
가만히 차에 앉아 히터를 틀고 있으니
덜덜덜 콧물을 훔치며 에취!!
비 맞은 생쥐 모습의 모습을 한
당곡님과 나는 서로 한참을 웃었다
이제 맘이 좀 놓이니
이제 집에 가볼까요?
pm 9:12
히터를 맞으며 꾸벅꾸벅 졸으니
자라는 당곡님의 말씀..
그래도 운전 중에 잘 수 없다고
눈을 부릅 뜨지만 또 zzz..
다시 번쩍 또 zzzz
주유하기 위해 들린
셀프주유소에서 다시 눈을 떴는데
젖은 옷에 춥다 춥다를 연발하며
주유하고 들어오셨는데
주유 들어가는 게이지는 0 이라
이상하네~생각하며
"당곡님 주유하신 거예요?
"응? 셀프주유는 처음이라 그냥 했어"
"아..근데 원래 저렇게 게이지가 안 올라가요?
"뭐가?"
게이지를 보시더니
헉
셀프 주유가 처음이라
주유 후 영수증만 받아오시고
기름은 안 넣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동차에 연료가 없다고 불은 계속 깜빡이고
우린 기름이 없고 주유소는 몇 km 더 가야 되고
진짜 도중에 차가 서는 게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다..ㄷㄷ
당곡님은 차 멈추면
혜주루가 밀어라고 하시고
이러다가 진짜 미는 거 아냐?ㅠㅠ
다행히 그냥 주유소에 도착해
직원분이 넣어주시고 집까지 빵빵한
히터와 함께
도착.
.
.
.
처음 출발할 때 생각한 것처럼
당일치기 종주는 어마 무시한 것.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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