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일주 스물한번째 구간
장흥, 정남진, 보성 그리고 고흥 중산리 고인돌군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북에는 중강진, 동에는 정동진, 남에는 정남진!” 유플 20차 종점이자 21차 시발점 정남진 장흥을 출발하여,
CNN에서 '지역을 보고, 세계를 경험한다(Local Insights, Global Experiences)'라는 주제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Top 50 중 한 곳으로 선정된 보성 녹차 밭을 찾아갑니다.
대한민국 녹차 생산의 40%를 길러내는 무성한 녹차밭은 드라마나 광고 또는 영화의 촬영지로 애용되어 왔으며 사진작가들의 명소로도 알려져 온 유명한 곳이다.
녹차밭에서 점심과 녹차를 맛보고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공룡알둥지가 발견된 득량면 비봉리의 공룡알 화석지(천연기념물 제418호 및 문화재보호구역)를 방문한다.
그리고 고흥군에 접어들어 득량만을 따라 장선해변을 경유 중산리고인돌군(전남도 기념물 160호)에서 땅 속에 돌방을 만들고 작은 받침돌을 세운 뒤 그 위에 덮개돌을 올린 바둑판식으로 된 약 40여기의 지석묘 견학을 끝으로 21차 유플 나들이를 마감한다.
이번 21차 먹거리는 점심으론 녹차비빔밥, 저녁엔 꼬막정식으로 할 예정이다.
장흥 회진항 ~ 삼산방조제(정남진) ~ 장재도 ~ 수문해수욕장 ~ 보성 녹차밭 ~ 율포해수욕장 ~ 비봉공룡알화석지 ~ 장선해변 ~ 중산리 고인돌군
솔비어천가에 대한 답례
나는 유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밝혔듯이 자전거도 여행도 사진도 글쓰기도 전문영역이 아니다. 다만 내가 종주에 참여하던 백두대간 산행을 모방하여 자전거 전국 해안일주라는 컨셉을 제공했다는 단초 하나로 ‘대장’이라는 감투를 썼고, 어느덧 스물 한번째 결과보고를 쓰다 보니 도대체 공문서도 기행문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의 이 글들의 정체성과 내 능력에 회의를 느낀다.
멤버들의 의례적인 ‘솔비어천가’에 취해 염치 없는 이 짓을 그만두지 못할 바에는 이 글을 읽어주는 분들의 눈을 피곤하게 한 만큼 재미를 주든 정보를 주든 만족스런 컨텐츠를 드리지는 못할지언정 이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최소한 우리들의 흔적만이라도 남기고자 하니 어여삐 봐줬으면 좋겠다.
바람은 불어도 봄은 봄이다
유플 참가자 모두가 거주지에 관계없이 서울에서 수원에서 한마음으로 시간을 지켜주는 덕분에 04시 15분 안양운동장을 떠날 수 있었다. 전년 대비 20만원의 비용 상승을 초래한 대가로 편안하고 노련한 운전자를 만나 계획보다 이른 09시 30분 장흥군 회진면 버스터미널에서 오늘의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 구간에 이어 오늘도 쌀쌀하게 휘몰아치는 봄바람이 여간 아니다. 몸을 푸는 느낌으로 육지에서 제주까지 가장 짧은 해상구간(1시간 40분 소요)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노력항 이정표를 따라 서서히 페달을 돌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나, 둘 중무장을 해제하는 대원들을 보니 바람은 불어도 봄은 봄이었다.
기념물은 생각 좀 해서 만들라
정남진 낚시공원을 생략하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 정남진 전망대에 올랐다. 천관산을 출발 탐진강을 경유 보성만으로 흘러 드는 물 가운데 떠있는 다도해는 참 장관인 반면에 자연경관과 따로 노는 듯한 전망대는 억지 의미를 부여해도 어울리지 않은 것 같고, 안중근의사 동상은 왜 여기 와 서있는지 참 생뚱맞아 보였다.
그래도 광화문 정남쪽이라는 상징성에 의미를 둔 포토타임을 갖고 시원스레 내리막을 내려와 삼산호를 건너는 그 중간쯤에 약간은 흉물스러워 보이기까지하는 구형 모양의 철 구조물이 사실은 정확한 광화문의 정남진 지점이라고 한다. 오늘은 유플팀 전문 사진가들이 몽땅 빠지는 바람에 실감나는 사진을 전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바다는 항상 같지 않고 매번 느낌이 다르다
오늘 우리가 지나온 길 중에 삼산방조제에서 보성만을 따라 이어지는 바닷길이 참 정겨웠다. 우리는 강화에서부터 바다를 따라 여기까지 왔으나 서해가 다르고, 남해는 또 달랐다. 그 바다는 항상 같지 않고 시절에 따라 지역에 따라 매번 다른 느낌을 주는 바다이니 다음 구간에선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지 매회가 기대 된다.
삼산호에서 남포, 장재도, 수문해변까지 가끔 끊기거나 비포장길이 혼재되긴 하였으나 해안도로는 우리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차량은 물론 사람들의 통행마저 볼 수 없을 만큼 한가한 길에서 자전거 라이딩으로 2열, 3열, 4열을 만들며 의장대 분열을 하듯 자유자재로 길을 마음껏 누빌 수 있었다.
가치있는 일은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수문해수욕장을 끝으로 장흥을 벗어나 보성군으로 접어 든다. 사실 장흥은 이청준, 송기숙, 한승원 등 한국 문학예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많은 작가를 배출한 고장으로 많은 자취들이 남아 있고, 또한 1박 2일에 등장 환호를 받았던 장흥 토요시장과 키조개 마을 들이 있으나 유플 특성 상 간과할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장흥 수문해변을 지나 드디어 해발 210m에 위치한 보성 녹차밭을 향하여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한다. 밤고개삼거리에서 영천저수지를 따라 숨가쁘게 꼬불꼬불 올라가는 길로 설계를 해두었으나, 우선 편한 지방도로를 택하는 바람에 고통은 조금 덜었을지 모르나 정말 아름다운 절경을 놓쳤다는 사실은 봇재에 올라서야 깨달았다.
부족한 새벽잠은 보성 녹차밭 풍경이 충분히 보상한다
회진항을 출발 이곳 봇재까지 만만치 않은 바람을 헤치며 60Km를 달려 13시 30분 도착, 이른 새벽 김밥 한 줄로 아침을 때웠으나 너나 할 것 없이 서로를 생각하며 충분히 챙겨온 행동식으로 허기를 느끼지 못했던지 기껏 보성군청의 소개까지 받은 식당치고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 비빔밥으로 점심을 때웠다.
유플팀의 전체 일정 상 방문지 마다 적절한 때를 맞출 수는 없겠으나 발 아래 전개된 녹차밭의 풍경은 우리들의 새벽잠을 바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조금이라도 운치 있는 길로 안내하려는 시도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사설 녹차밭을 돌아 나오는 우여곡절 끝에 시속 60Km/h를 기록하며 율포해수욕장을 향하여 바람을 가르며 하강하였다.
현지인은 비포장길을 안내하지 않는다
우리가 길라잡이로 의존하는 GPS의 한계로 현지 주민들에게 길을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들의 대답은 하나같이 간편하고 빠른 지방도로를 일러주기 일쑤다. 지역 경찰관에게 비봉공룡알 화석지를 묻는 질문에도 왜 빠른 길을 두고 비포장길로 가냐며 뚝방길을 확인하는 나에게 눈치를 주는 기색이 역력하다.
비봉리 공룡알화석지까지 가는 길에 183m 고지의 필봉이 가로놓여 있어 상당한 언덕을 오르내려야만 했다.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대규모 공룡알화석지라는 큰 기대를 안고 어렵게 넘어온 공룡화석지는 우리의 기초상식이 전무한 탓인지 그냥 여느 바위섬과 다름없어 어떤 게 공룡 알이고 알 둥지인지 도무지 분간을 할 수 조차 없었다. 다만 조형물로 만들어 놓은 알에서 막 깨어나오는 재미난 사진 몇 장으로 웃음을 나누고 득량만방조제를 향하였다.
고흥반도와 소록도의 예고편을 끝으로
득량만방조제는 좌측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갈대군락지에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들의 황금물결이 우리들의 고흥군 진입을 환영해주었고, 우측으론 우리가 다음 구간에 방문할 고흥반도와 소록도의 예고편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 중산리 고분군을 약 8Km 남겨둔 대서면사무소 앞에서 식사시간과 귀경시간을 고려하여 총 주행거리 102Km로 21차 라이딩을 마감하였다. ‘홍도회관’에서 참꼬막 코스로 전개되는 맛깔 난 저녁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19시 30분 벌교를 출발, 예상보다 빠른 23시 30분 안양운동장 무사귀환으로 오늘의 전체일정을 마감하였다.
오늘 함께 해준 친구들은 ‘자여사’를 통해 첫 인연을 맺고 연속 참가해준 ‘리*’님과 그녀의 자전거 사부 ‘에*’님 & ‘안바’의 원조 멤버 ‘오*’님 & 여전히 부자의 훈훈한 정을 보여준 ‘청기*’님 父子 & 아들과 동행하며 알코올 섭취량이 확연히 줄어든 ‘캡틴*’님 父子 & 최강 동안미모와 잔차실력을 갖춘 ‘디에*’님 & 무거운 차로도 체력의 진수를 보여주는 ‘김민*’님 & 꾸준히 함께 해주시는 ‘여*’ ‘가을**’ ‘지*’님 & 변함없이 자전거 상하차를 도맡아 주시는 ‘운*’님 & 오늘 첫 선두대장을 맡아 깔끔히 리드해 준 ‘땅*’님 & 기획, 총무, 재무로 애써주시는 ‘허*’ ‘다깨**’ ‘미*’님과 저 ‘솔개’까지 18명이 함께 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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