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일주 열두번째 구간
부안 곰소항 ~ 영광 백수해안
모항에서 곰소항까지도 30번 국도를 따라 바다를 조망하며 달릴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서인지 업-다운힐이 반복되는 코스인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 곰소항에 도착하니 갯내음과 정겨움이 가득한 어시장이 반긴다. 곰소염전의 천일염은 염도가 낮고 쓴맛이 적으며 미네랄이 풍부해 발효가 잘되어 젓갈을 담그면 유난히 맛있다고 한다. 스무 가지가 넘는 젓갈을 조금씩 맛 볼 수 있는데 입맛에 착착 감기는 맛깔스러움이 안 살 수 없게 만든다.
곰소 젓갈시장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젓갈정식(백반)을 판매하는 식당이 많으니 부안의 별미를 맛보길 권한다. 곰소항을 지나면 평야지대가 계속 펼쳐진다. 구진마을로 들어서서 제방길을 따라가면 너른 들판 위로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는 철새들을 만나게 된다. 갈대밭으로 유명한 부안 자연생태공원을 지나 조금만 달리면 고창으로 접어든다. 발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볼거리와 감칠맛 나는 별미가 있어 즐거웠던 부안의 자전거 여정을 마무리해본다.
12th에 달릴 고창 지역은 대부분 완만한 평야지대다. 고창은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과 천오백년 역사의 선운사 등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을 품은 고장이다. 국내 바지락 최대 산지답게 넉넉한 바다가 보이고, 이른 봄 선운사 동백꽃축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고창을 향해 페달을 밟는다.
별도의 자전거도로는 없지만 고창의 첫 마을인 신덕리부터 끝 마을인 구시포까지 우회도로 없이 해안선을 따라 내리 달릴 수 있다. 후포리를 지난 삼거리에서 ‘김소희생가’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작은 다리를 건너 해안도로를 타면 된다. 고창 코스의 약 95% 정도가 포장된 소로이며, 비포장도로도 상태는 양호하다. 완만한 산자락 아래엔 평온한 마을이 모여 있고, 바다에 닿은 곳까지 논과 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풍천장어로 유명한 지역인 만큼 바닷가에는 양식장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수앙리와 상암리 마을을 지나 반월마을이 나타난다. 마을길을 따라 나오면 다시 해안 소로를 만나게 되고 이렇게 선운리까지 진행할 수 있다. 선운리 끝에서 주진천을 만나는데 이곳에서 10여 분만 달리면 천년고찰인 선운사를 만날 수 있다. 철마다 피어나는 동백꽃과 벚꽃, 꽃무릇과 선홍빛 단풍의 유혹을 이기지 못할 정도로 선운사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찰이다.
다시 바다에 맞닿은 해안도로를 따라 광활한 갯벌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전어촌체험마을은 전국 최대의 바지락 생산지이며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선정된 마을이다. 경운기에 가득 실린 바지락을 보니 그 명성이 실감난다. 하전어촌체험마을을 나와 고창의 별미인 풍천장어를 먹기로 한다. 선운사 주변에 유명한 풍천장어집이 많지만 오늘은 실속 있는 맛집인 ‘금단양만’을 선택한다. 셀프장어집이라 야채 한 접시와 양념장만 제공되지만 살이 도톰한 풍천장어를 배부르게 맛볼 수 있다. 바로 옆엔 우리나라 최초로 화덕에 소금을 굽던 자염(육염)시설이 재현되어 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20여 분 달리면 만돌어촌체험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에선 바다 위에 떠있는 죽도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으며 동죽 캐기와 천일염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만돌리 일대에는 대규모 염전들이 들어서 있다. 만돌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동호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넓은 백사장을 따라 수백 년 된 해송이 장관을 이루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가 특히 아름답다고 한다.
동호해수욕장엔 해리(해넘이)마을이 있어 포망새우잡기, 전통그물체험, 야간 범게잡기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용두마을에서 구시포해수욕장까지 4km의 모래사장이 이어져 고창의 명사십리라 불린다. 고우면서도 단단한 모래사장 덕분에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이 이곳을 즐겨 찾아 바닷가에서 시원스런 질주를 만끽하곤 한다. 바람이 거센 날이었지만 가족과 친구 단위로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구시포해수욕장은 고창군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으로 길고 완만한 백사장이 있다. 제방다리를 이용해 구시포까지 들어가 본다. 다리 위에선 주말을 맞이해 망둥어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바다에는 가막도를 비롯한 섬들이 모여 있어 낙조가 유난히 아름답다. 구시포 바닷가에서는 모래갯벌을 뒤로 걷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바로‘끄래’라는 도구를 이용해 백합조개를 잡는 풍경이다. 아주머니의 바구니엔 백합과 노랑조개가 가득하다. 고창의 바다가 주는 넉넉함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전라남도의 여정은 동아방조제를 넘어서면서부터 시작된다. 영광하면 누구나 '굴비'를 먼저 떠올린다. 굴비의 고장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영광의 바닷길을 따라 구석구석 돌아보면 영광군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전남의 첫 마을인 진덕리에서 계마항까지는 원자력발전소가 막고 있어 금정산을 돌아 홍농읍을 거쳐 이동해야 한다.
홍농읍에서 가마미 방향으로 달리면 칠곡삼거리에 이르러 바다를 만나게 된다. 굽이굽이 산길을 힘겹게 오르면 빨간 등대와 고깃배가 그림엽서처럼 펼쳐진 계마항이 보인다. 비가 내리고 해무가 짙게 껴서 선박들은 포구에 머무르고 있다. 바로 옆의 가마미해수욕장도 바람이 해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석포삼거리 ~ 곰소항 ~ 구진마을 ~ 호암마을 ~ 부안생태공원 ~ 김소희 생가 ~ 미당시문학관 ~ 금단양만 ~ 만돌갯벌체험학습장 ~ 동호해수욕장 ~ 구시포해수욕장 ~ 동아방조제 ~ 백제불교문화최초도래지 ~ 모래미해수욕장 ~ 영광해수온천랜드 ~ 백암해안전망대 ~ 마파도촬영지 ⓕ
유플 스탭은 날씨에 부쩍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스탭 뿐만 아니라 참가신청을 한 회원들 역시 일기예보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매 한가지인 모양이다. 심상치 않은 주말예보라도 뜨면 진행여부에 대한 질문이 쇄도를 한다. 나는 48시간 전에 발표되는 지역별 상세예보를 진행 판단여부의 근거로 삼는다.
지금은 우리가 의존하는 기상청 예보가 애매모호한 경우가 허다한 늦여름 태풍이 몰려오는 시점이다. 이번 유플 12th 목전에도 두 개의 태풍이 대기 중이란다. 그렇지만 생소한 닉네임들이 많이 등장한 덕분에 대형버스의 만석을 기대케 하는 상황인지라, 날씨에 따른 진행여부를 판단하면서도 더욱 공격적인 결정을 하였다.
출발일 아침, 비가 올 날씨는 아닌 것 같아 가슴을 쓸어 내린다. 수니**, 버*, 캔*, 지*, 봄향*, 가을**, 디에*, 미*, 여*, 해*, 운*, 블루스**, 더*, 소*, 비*, 허*, 하*, 솜사*, 아무*, 붉은야**, 땅*, 청기와*, 청기*Jr, 솔개 이렇게 24 명이 약속시간 보다 10분 늦은 05시40분 안양운동장을 출발하였다.
이동거리에 비례하여 늘어나는 교통비와 자꾸 고급화(?)되어가는 식사로 인하여 회비가 늘어만 가는 때에 뜻밖의 협찬 제의를 받고 고민을 해봤지만 금일봉에 혹하여, 새벽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설친 잠을 보충하는 대신 약장사의 잔소리를 지겹도록 들어야만 했다. 그래도 ‘디에*’님이 제약사 판촉비의 총대를 메 주었다.
추석을 앞 둔 벌초행렬들로 이른 아침부터 복잡하기만 한 고속도로를 달려 9시를 조금 넘겨 부안 내소사 입구 석포삼거리에 도착, 09시30분 오늘의 라이딩을 시작하였다. 염려와 달리 하늘에는 구름이 살짝 햇빛을 가려주어 뜨겁지도 않고 화상을 입을 우려도 없이 자전거 타기에는 딱 좋은 날씨였다.
변산반도는 해안도 아름답지만 산세도 매우 수려하다. 내소사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웅장한 내변산 조망만으로 깊숙이 들르지 못하는 유플 일정의 아쉬움을 달래며, 곰소 젓갈단지를 경유 곰소항을 빠져 나와 30번 국도 대신 해안에 가까운 비포장도로를 선택하였다. ‘허*’님의 GPS 덕분에 가능한 선택이다.
고창의 속살을 맛보며
신복리 어촌마을 골목골목을 누비다가, 줄포리에서 부안자연생태공원까지는 바닷가 제방 위를 너무 여유롭게 달렸다. 점심 목적지까지 거리가 너무 가깝다고 자만을 부린 결과 11시 30분으로 예상했던 점심시간이 13시로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 중도에 허기를 느끼는 일부 회원들로부터 원망을 자초하는 여유로운 구간이었다.
갈대 숲이 무성한 부안자연생태공원은 자연이란 단어가 딱 어울릴 만큼 가능한 인공물을 배제한 느낌이 드는 공원으로 양털구름이 가득한 하늘 아래로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는 갈대들이 애잔한 정서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예쁜 꽃 터널과 드라마 배경이었다는 파란 잔디 위 하얀 집은 은근한 화려함을 주기도 했다. 이곳에서 '솜사탕'님의 MTB 진수를 보여주는 묘기 대행진이 펼처지기도 했다.
부안자연생태공원을 지나 고창군으로 연결되는 지점에서 바닷가 제방 길에서 사유지를 고집하는 어부 아저씨와 가벼운 실랑이를 펼치다 농로를 포기하고 포장도로로 우회하여 고창군으로 들어선 이후로도 낮고 완만한 언덕을 가볍게 오르내리며 후포리까지 줄곧 논과 밭을 지나는데 벼 이삭 상태가 올 여름 날씨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현지민과 마찰을 피하여 해안도로 대신 지방도로로 올라오는 바람에 누구네 제각을 김소희 선생 생가로 착각을 하는 ‘알바’를 한 후에 소담한 초가 한 채가 달랑 반겨주는 명창 김소희(국악인) 생가와는 대조적인 열한 칸 기와집의 인촌 김성수 선생(동아일보 창업주) 생가를 경유하여 시골 폐교를 재활용한 미당시문학관도 들러 보았다.
출발지로부터 가까운 점심장소로 아침도 김밥으로 가볍게 때우고 여유를 부려보았으나 군산 구간과 달리 비포장 길로 연속된 도로사정으로 시간이 지체되면서 서서히 회원들이 허기를 느낄 즈음 어김없이 ‘가을**’님의 요술배낭에서 공급되는 갖가지 푸짐한 간식들이 큰 힘이 돼주었다. 그녀는 매일같이 팔당왕복으로 단련된 파워로 전 대원들이 일용할 양식을 메고도 그렇게 잘 달리는 슈퍼우먼으로 변신을 한 듯하다.
풍천장어로 원기 회복
고창군에 진입하면 반드시 뒤를 돌아보라는 ‘밝은*’님의 조언을 따르니 변산반도의 웅장한 산세가 한 눈에 들어왔다. 첩첩산중인 산과 산들이 거리에 따라 빛깔을 달리해 마치 3D 영상처럼 눈 앞에 다가온다. 발 아래로 고창 앞바다 뻘 밭에 붉은 함초(?)들과 대비를 이루며, 눈에 익숙한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것 같았다.
고창군에 들어서니 비록 좁기는 하여도 시멘트 포장이 되어있고, 거의 차량통행도 없는 바닷가 해안도로가 제법 잘 조성되어 있어 자전거를 타는 데는 최고였다. 가끔은 길이 끊어지기도 하고 자갈을 깐 거친 길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우리 일행에는 전혀 무리가 없는 최고의 해안도로였다. 그 주변은 온통 양식장이었다.
'풍천'은 민물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을 뜻하고 풍천장어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잡히는 장어를 말하고, 자연산 풍천장어는 한때 선운사 부근을 지나는 하천에서 잡혔으나 지금은 아예 '씨’가 말랐고, 해안도로 변의 수 많은 양만장에서 공급되는 양식장어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오전에 35Km로 예상했던 라이딩 거리가 45Km로 늘어나며, 약속했던 11시를 훨씬 넘겨 13시에야 예약해둔 ‘금단양만’에 도착하였다. 소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도로변에 즐비한 한산한 장어집들과 달리 바닷가 깊숙한 3층 식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10Kg의 통통한 장어와 복분자 술로 푸짐한 영양식을 포식할 수 있었다.
오후 두 시를 넘겨 하전리를 지나 만돌리 바닷가가 나오자, 바닷가 언덕 위에 정자가 있고 바닷가 송림을 따라 길게 산책로가 깔려 있는 '서해안 바람공원'에서는 푸른 바다 너머로 소죽도와 대죽도 같은 작은 섬이 보이고, 위쪽으론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변산반도가 우리 일행을 향하여 손은 흔드는 것처럼 보였다.
전라북도에서 남도로..
고창에 진입해 처음 맞는 해수욕장이 ‘동호해수욕장’이고, 해리면 해넘이 마을을 지나자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연결되는데, 광승리에서 장호리까지 '십리'가 넘게 직선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백사장이 길게 펼쳐저 있었다. ‘허*’님과 몇몇은 단단한 백사장을 따라 달리고, 본진은 도로를 타고 구시포항 입구에서 조우를 하였다.
구시포항 너머에 구시포해수욕장은 인근에 명사십리 영향인지 쾌적하고 한적한 기분이 들었다. 구시포해수욕장을 벗어나 동네 슈퍼마켓에서 아이스케키를 빨면서 전라북도를 끝내는 아쉬움을 달래본다. 충청남도를 벗어나는 데 8구간을 보냈는데, 2구간 만에 전라북도를 마감하는데, 이게 새만금방조제 덕분인가?
또 하나의 도계(道界)를 넘어 전라남도에 입성을 하면서 우리들의 땀을 식혀줄 시원한 소나기를 한 차례 즐기고 영광군 홍농읍을 만난다. 원자력발전소 영향인지 칠곡리까지는 해안도로가 아닌 내륙을 지난다. 오전에 부린 여유를 메꿀 욕심으로 후미의 애로사항을 모른 채 힘껏 속도를 내본다. 그래도 유플팀의 신장된 실력 입증을 하듯 잘 쫓아온다.
가마미해수욕장과 법성포로 갈라지는 칠곡삼거리를 만난다. 한때 호남 최고의 해수욕장으로까지 손꼽히던 가마미해수욕장, 고운 모래와 병풍 같은 금장산을 배경으로 영광원전까지 훔쳐 볼 수 있는 명소이지만, 진출입로가 동일하다는 핑계로 과감히 생략을 하고 곧장 법성포를 향하여 오른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언덕 하나를 올라서자 ‘백제 불교문화 최초 도래지’라는 기나긴 제목의 관광지가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 바닷물을 헤쳐온 이들은 세차를 하고, 한 켠에서는 시골 장사꾼의 친절을 볼모로 연거푸 리필을 받아온 ‘버*’님의 냉커피가 여러 사람의 갈증을 식힌다. 이곳에 특별한 석조물들이 숨어있음은 뒤늦게 백수해안도로에서야 깨달았다.
'굴비'로 존재, '굴비'로 생존
법성포에 들어서면서부터 맨 먼저 마주친 게 상점 간판과 출입문을 온통 뒤덮고 있는 ‘굴비’ 글씨와 그 앞에 내걸어 둔 '굴비'들 외에는 눈에 보이는 게 없을 만큼 법성포 시내는 온통 '굴비' 투성이었다. 법성포는 오로지 ‘굴비’만으로 존재하고 ‘굴비’만으로 생존하는 그런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내를 벗어나 오늘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백수 해안도로를 찾아 나선다. 해안도로 위에서 바라다보는 바다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시내에서 본격적인 해안도로에 진입하기 까지는 비좁은 시멘트 길로 과연 이 길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얼마나 달리다 보니 오르락 내리락 산허리를 감아 돌면서 서서히 해변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하고 위태롭게 도로 위를 횡단하는 자그마한 ‘게’들의 행렬이 안쓰러워 보였다. 그런데 이정표에는 백수해안도로까지는 1.5km를 더 가야 한다는 표시를 따라 언덕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 순간 우리가 방금 지나쳐 온 법성포가 한 눈에 들어오고,
영광 입구에서 그냥 지나쳐 와버린 ‘백제 불교문화 최초도래지’의 사면대 불상과 조각물들을 멀리서나마 조망하게 된다. 백수해안도로는 영광군 구수리에서 백암리까지 이어지는 17km 길이의 도로로 해안 절벽 위를 지나가면서 이 도로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서해안 최고로 손 꼽히는 곳이다.
자전거를 멈추게 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 차라리 ‘끌바’를 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도로 가에는 열매를 채취하면 '7년 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 벌금' 처분을 받는다는 해당화가 피어 있다. 한 쪽에는 해당화 꽃이 지고 열매를 맺고 있었다. 분홍색 꽃과 붉게 맺힌 열매가 참 탐스러워 보이는데 살벌한 경고문이 ‘아담과 이브’ 그리고 ‘금단화’를 떠올리게 한다.
바다와 바위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 풍경은 제주도의 맑은 바다와 강원도의 해안 절벽을 함께 옮겨 놓은 것 같았고 그 풍경에 취하여 오늘의 종착지로 예정했던 ‘마파도 촬영지’를 지나쳐 버렸다. 18시10분 주행거리 102Km로 오늘의 라이딩을 마감하고, 역시 ‘운*’님의 실력발휘로 10여분 만에 자전거 탑재를 끝내고 오늘의 만찬 ‘굴비정식’을 맛보기 위하여 법성포 ‘일번지 식당’을 찾아 들었다.
드디어 굴비정식
‘굴비구이’ ‘자린 고비’ ‘굴비장아찌’ ‘조기매운탕’ ‘간장게장’ 등을 중심으로 스무 가지 이상의 반찬들이 강화도를 출발하여 어느덧 전남 영광까지 내려온 유플 대원들의 입맛을 돋우며 길고 긴 여정의 보람과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자꾸만 액수가 커져가는 회비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런 게 여행의 참 맛이 아닐까?
나이 지긋하신 서울고속 사장님의 조용한 운전으로 청기* 부자님을 오산에 내려드리고, 나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집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의 안위를 묻는 전화가 걸려오는 와중에 자정을 넘겨 안양에 도착 ‘하*’ ‘야생*’님의 봉사로 자전거 하차를 끝으로 순조롭게 유플 12th 일정을 마감하였다.
다음 여정은 추석이라는 민속 최대명절과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한 달 후인 9월 넷째 주 9월 24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그 때는 여름이 마감되고, 가을의 정취가 가깝게 다가와 여행의 최고 시즌이 도래할 것이다. 더욱 풍성한 유플이 기대되면서 기다리는 시간만큼 동료들이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
내 카메라가 자꾸 속을 썩인다. 순전히 이 후기를 위한 솜씨 없는 사진들이나마 부지런히 찍는다고 찍었으나, 집에 돌아와 보니 찍힌 사진은 달랑 한 장뿐. 허걱! 화려했던 여행에 비하여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결과보고가 되버렸다. 눈으로 보는 풍경은 함께 했던 회원님들의 사진을 통해서......
작성자 솔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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