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일주 열네번째 구간
무안 해제부터 신안 증도
이번 여정은 무안군 현경면과 해제면에서 시작해, 간척사업으로 섬에서 뭍으로 바뀐 지도읍을 지나 솔섬과 사옥도를 둘러보고 홀통에서 잠시 쉬었다가 망운면에서 페달을 내려놓기로 한다.
가동리에서 해운리로 들어서면 무안 땅인데, 본디 땅과 땅 사이에 선이 없으니 우리 눈에는 거기가 거기다. 해운리의 나지막한 구릉지를 지나 오동마을에서 815번 지방도를 만나서 현경면소재지로 이어진다. 면소재지 내의 사거리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수암교차로까지 가면 무안군 해제면이다. 이곳 수암교차로까지는 도로 좌우측으로 바다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가느다란 길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해제면은 이 길 덕분에 간신히 섬을 면했다고 할 수 있다.
수암교차로에서 유월리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도리포항으로 가는 해안길이 이어진다. 1km 정도를 가면 무안갯벌센터가 있고, 길 끄트머리의 도리포항에는 김을 가득 실은 배가 포구에 있어 이곳 일대가 김양식을 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난 길로 돌아 나오면 송계어촌체험마을이 나오고 바닷가에는 송림과 해변이 길게 이어진다. 이곳에서 해제면소재지 근처의 갈림길까지는 77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해제면소재지 못 미쳐 우측으로 빠진다. 양매리를 지나 805번 도로를 타고 해제면 북부지역을 한 바퀴 돌면 강산마을 앞에서 긴 제방길을 만나게 된다. 간척을 목적으로 만든 제방이다.
무안군 해제면과 신안군 지도읍은 간척지 한가운데를 경계로 나누어 지는데 우리가 가진 1/10만 지도에는 백지 상태로 나와 있어 그 생김새를 짐작할 수가 없다. 제방을 지나가면 지도읍이다. 지도란 옛 섬 이름이 행정구역 명으로 남은 것이다. 지도의 북쪽은 대부분 염전이 들어서 있다. 지도의 서쪽 끝은 임자도를 연결하는 항구이자 신안 울산 간 24번 국도가 시작되는 곳이다.
때 마침 섬에서 돌아오는 배가 항구에 닿았고, 숨 가쁘게 차와 사람을 쏟아낸다. 정기버스도 배를 기다리고 있다. 이 차들은 대개 지도읍을 거쳐서 해제장이나 무안으로 갈 것이다. 여기서 지도읍은 6km 남짓 된다. 지도읍은 증도나 사옥도, 솔섬을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지도읍을 나서서 작고 낮은 다리를 지나면 솔섬이고 여기서 지도대교를 건너면 사옥도다.
사옥도는 도로가 단출하고 그리 크지 않은 섬이다. 이곳을 찾는 외지인은 대개 지신개 선착장을 들를 터인데 증도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다. 증도는 각종 갯벌체험과 염전체험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휴가철이나 주말에 많은 사람이 찾는다. 지신개 선착장 뒤편으로 한창 다리공사를 하고 있어 증도까지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이제 다시 돌아나가야 한다. 지도읍까지는 왔던 길을 거슬러 가면 되는데 지도대교 밑의 솔섬포구에 들러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작은 섬의 포구지만 큰 배도 보이고 수협어판장도 있다. 해양경찰파견대도 있으니 항구의 기능으로서는 인근에서 적지 않은 위치에 있음을 짐작케 한다.
지도읍에서는 잘 닦인 24번 도로를 타고 다시 수암교차로까지 간다. 수암교차로 주변에는 배추나 양배추 밭이 많은데 해풍을 받고 자라 그 맛이 내륙의 좋은 놈 못지 않다. 현경면에 가기 전에는 홀통유원지가 있어 긴 모래해변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그리고 다시 페달을 밟아 현경면과 경계인 망운면 외덕마을에서 오늘 여정을 마칠 예정이다.
ⓢ 무안 용정리 ~ 도리포유원지 ~ 잠도선창 ~ 솔섬 ~ 지조대교 ~ 사옥도 ~ 증도 ~ 자동리 ~ 천장리 ~ 홀통선창 ~ 오류리 ~ 용정리 ⓕ
이 포도송이 섬들을 장차 어찌 돌꼬..
13th 까지 달려온 서해안, 수 많은 방조제로 본래의 리아스식 형태에서 상당히 직선화가 되었다 해도 퍽이나 돌고 돌아 내려왔지만, 무안군에 접어 들면서 지도를 바라보니 어떻게 코스를 잡아야 할지 참 복잡한 모양새를 이루고 있다. 거봉 포도 마냥 주렁주렁 매달린 섬들은 토목기술의 발달로 연육교로 연결되어 유팀의 노선을 어디까지 잡아야 할 지 참 난감하다.
시간약속에 철저한 대원들의 협조로 09시 30분. 전형적인 가을날씨 속에서 지난 13th에 월두(달머리)선착장으로 진입했던 용정삼거리를 출발점으로 오늘의 일정을 시작하였다. 코스도 난해한데 유플팀의 선두를 도맡아 온 ‘허*’님의 부상으로 항해사도 GPS도 없는 배로 출항을 해야만 했다. 디지털기술에 의존하면서 서서히 바보가 되었음을 확인해주듯 출발과 함께 수 차례 유턴을 거듭 반복해야만 했다.
첫 경유지로 잡은 무안 현경면의 홀통선창(유원지)을 어렵사리 찾아가는데, 헷갈리는 길라잡이 덕분에 들판의 스프링클러에서 뿜어대는 물세례를 맞기도 해가며 자그마한 선창과 백사장이 정겹게 맞아주는 홀통에서 첫 휴식을 취했다.
해제반도로 불리기도 하는 무안 해제면에 진입하면서, 도로에서 좌우측으로 바다가 보이는 길을 따라 해제면 생태갯벌공원 앞에 당도하니 공원 정문에 입장료를 징수하는 안내소가 우리 길을 가로 막는다.
1,500원인가 하는 요금을 핑계 삼아 도로안내만 받고는 도리포를 향하여 페달에 힘을 준다. 오른쪽으로 지난 구간에 달려온 영광, 함평지역이 손 만 뻗으면 바로 잡힐 듯 눈 앞에 다가온다.
함평만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황금들판의 여유로운 풍경이 우리 일행에게 가을을 선물 해준다.
인적 드문 도리포유원지
이번 목적지는 도리포유원지다. 도리포 또한 달머리선착장처럼 북쪽의 영광땅을 가리키는 손가락 모양으로 톡 튀어나온 곳이다. 유원지란 표현이 어울리지 않게 너무 한산하다. 도리포를 알리는 표지석과 함께 77번 도로 끝 지점으로 우리가 지나온 영광 향화도항까지 2Km로 향후 연결을 알리는 이정표가 머지않아 서해안의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해준다.
‘다깨**’가 조달해온 맥주와 대원들이 풀어놓은 간식으로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장난기 가득한 ‘다깨**’와 ‘야생*’는 도리포 맞은편 귀여울 만큼 작은 섬을 향하는 입수로 재미를 준다. 이제 미숙한 항해사의 능력을 감안하여 포장도로 위주의 라이딩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행스럽게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별다른 위험요소 없이 기어 변속을 해가면서 작은 다리 하나를 건너 신안군 지도읍에 접어들었다.
노련하지 못한 선두로 인하여 속도조절이 잘 안되어 후미와 거리가 1km 이상 벌어지기도 한다. 또한 기획 당시 경유지 겸 점심장소로 물색해두었던 잠도선창이 마땅치 못하다는 선발대(?) ‘허*’의 전갈에 따라 잠도선창을 생략하고 805번 지방도로를 따라 장날을 맞은 지도읍으로 입성하여 모처럼 13시 정각에 조금은 썰렁한 연포탕으로 점심을 먹었다. 제철을 맞은 무안 특산물 낙지는 높은 시세로 영암쯤에서 먹기로 미뤄둬야만 했다.
드디어 다도해 여정의 시작
14시 15분 오후 일정을 시작한다. 섬 아닌 섬 지도를 기점으로 송도(솔섬), 사옥도, 증도로 연결되는 다도해 방문의 시작점이다. 솔섬은 지도와 사옥도 사이에 징검다리처럼 끼어 있고 너무 작아 경계점마저 애매하였지만, 항구도 보이고 수산시장도 보이는 게 지도가 못하는 섬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 같았다.
이제 지도대교를 건너 사옥도에 들어간다. 지도상에 오른쪽 끝으로 탑선선창이란 곳을 경유지로 구상했으나, 길라잡이의 한계로 증도를 향하여 직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항해사의 부재로 몇 군데를 생략하고 넘어가지만, 기획 시 참고했던 자료에는 없었으나 ‘허*’와 ‘밝은*’의 조언으로 뒤늦게 자자한 소문을 확인한 증도 일주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하였다.
2007년 청산도 등과 함께 아시아 최초로 ' Slow City '로 선정된 증도는 2010년 3월 가운데가 불쑥 올라온 배부른 증도대교라는 이름으로 육지와 연결이 되어 방문객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단다. 입구에서부터 Slow City 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즐비한데 혹시나 육지와 연결되어 Slow City의 이미지가 훼손이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늘 거부감이 먼저 드는 입장료(성인 2,000원)를 알리는 표지판이 은근히 눈에 거슬렸는데, 웬걸 차량들은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받는데 우리 일행에게는 손을 내밀지 않는다. 왜 안받는지 확인을 해보지 못했지만 슬로시티와 자전거의 공통점 때문에 면제를 해준 게 아닌가 싶다. 순간적으로 공짜에 혹하여 증도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편 해안소로로 진입을 했어야 했는데 예정된 길을 놓치고 직진을 해서 증도의 가운데 길을 달려버렸다.
이름도 유니크한 짱뚱어다리
도중에 멋진 풍경을 따라 간 곳에서 창원에서 온 팀을 만나고 신안해저유물기념비에 도착해서 증도 안내지도를 확인한 후에야 증도 일주도로 중 일부를 놓쳤음을 알았다
. 얼마를 달렸을까 이름도 특이한 짱뚱어다리를 만났다. 다리 아래 갯벌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곳인데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짱뚱어와 게들이 자유롭게 쏘다니며 갯벌을 즐기고 있었다.
황금의 도시..아니 해변..엘도라도
다리 너머로 어디 외국 해변이 아닌가 착각이 들만큼 이국적인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비치파라솔에 누워 온갖 폼을 잡아보고, 백사장으로 내려가 바닷물을 따라 엘도라도 리조트까지 2Km가 넘는 백사장을 유유자적 달려본다. 섬 전체가 이렇게 아름다운데 반해 생각보다 여행객이 많지 않아 다행이란 욕심이 든다. 라이딩을 할 수 없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유플을 지켜주기 위해 함께해 준 ‘허*’님이 종일토록 우리를 기다리다 한 손에 자연산 횟감 대신 오이를 들고 맞아준다. 이런 정성에 가슴이 뭉클함과 더불어 큰 힘을 얻는다.
황혼의 태평염전
증도를 나오는 길에 화도(“고맙습니다” 드라마촬영지)를 알리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미 섭렵한 ‘밝은*’님은 생략을 권유했지만, 바닷가를 가로 지르는 진입로가 그냥 보내주지 않는다. 바다 한 가운데를 달리는 기분으로 갯벌 중앙을 달려 촬영지에 도착하니 초라한 주택 모양의 세트만 달랑 우리를 맞아준다. 그나마 몇 개의 간판이 촬영지였음을 알게 해준다. 재미난 포즈로 사진 몇 장을 찍고 세트 너머 해변으로 넘어가 보니 그곳이 일품이었다.
다시 해안을 따라 나오는데 서서히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 가운데 우리나라 최대 염전이라는 태평염전을 만난다. 황혼의 염전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다. 한 폭의 그림을 현장에서 보는 듯 두 눈과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었다. 풍경에 취해 얼마를 달리니 소금박물관과 염생식물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미 상경 시간을 걱정하는 바쁜 마음에 아쉽게 스치고 말았다.
섬 전체가 그대로 얼마나 아름다운지 언젠가 다시 한 번 가족과 찾아올 여지를 남기고 증도를 빠져 나온 시각이 18시. 고속도로 휴게소 보다는 현지식으로 저녁을 먹으려고 몇 집에 예약전화를 해보니 16명을 맞을 준비가 안돼있다고 사양을 한다. 한적한 시골의 실상을 느끼게 하는 와중에 지도읍 황소식당에서 가격(7,000원) 대비 풍성한 만찬으로 배를 채우고 19시 30분 안양으로 향하였다.
오늘 라이딩 거리는 88Km 목표했던 100Km에는 미달하였으나 어느 구간 못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과 감흥을 느끼기에 만족스러운 라이딩이었다. 좀 더 많은 회원들과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오늘은 뒤 늦은 무더기 신청 취소들로 인하여 캔*, 지*, 봄향*, 가을**, 미*, 여*, 운*, 해*, 블루스**, 허*, 청기와*, 다깨**, 아무*, 붉은야**, 솔개 이렇게 15명이 오순도순 함께 하였다.
애당초 유플의 취지대로 누구에게나 열린 정기여객선 같은 프로그램을 강조하였고, 이를 지키려고 많은 애를 써왔으나, 예측할 수 없는 회원관리가 때로는 짜증을 불러오기도 하고 염증을 느끼게도 한다. 우려했던 특정회원들의 결사체로 오인을 받을 소지가 있더라도 좀 더 냉철한 현실 파악에 따른 대처방안을 모색하여 한층 강화된 시스템을 마련해야만 2012년 강원도까지 완주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여 가까운 시일 내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작성자 솔개
GPS log를 첨부합니다.
U_14_jeungdo.k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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